글/정석우 매일경제 기자
文정부 2년 경제정책 토론. 발표자들 소주성 언급대신 "분배교정" "경제활력 우선"
제대로된 혁신성장 하려면 시장원리 따른 자원 재분배, 노동시장 유연성 필요
한국노총, 강성노조 겨냥 "사회적 대화 흔들림 없어야"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경제·노동 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충우 기자]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초래되자 보수진영 공격이 소득주도성장론에 집중됐다. 수세에 몰린 정부는 뒤늦게 보완책을 추진하며 버티다가 경제팀 교체 후에는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혁신 성장으로 이동했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교역량 증가율 하락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역풍에 직면해 더욱 궁지에 몰렸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키워드인 소득주도성장의 지난 2년간 행보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이렇게 요약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부 2년, 경제·노동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간 경제정책을 대통령 직속 기구들이 주축이 돼 따져보는 자리였지만 학계의 많은 비판을 받아온 소득주도성장은 물론 혁신 성장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진영 논리를 배제한 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모두 한계를 인정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일자리의 양적 성장이 미흡했고, 소득 분배 악화가 지속됐다"고 자인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개선하고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도·소매업과 음식료업 등 일부 업종에서 고용 둔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무분별한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참석자들은 소득주도성장 언급을 자제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대적인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공공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축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지 않은 채 "2주년과 관련해 여러 언론·단체에서 평가와 과제를 내놔 경청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경제활력 제고에 최우선을 두고 일자리 확충과 분배 개선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당초 축사할 예정이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발표한 홍장표 위원장을 제외한 발표자들은 문재인정부 2주년 이후 경제·노동 과제 발표문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민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불평등한 분배 교정'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임금격차 해소'를 각각 사용했다. 유종일 원장은 "(소득주도성장)보다 정확한 표현은 분배주도성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정희 매일경제TV 대표는 "옹호론자든 비판론자든 소득주도성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그래서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혁신 성장을 두고도 참석자들은 '혁신의 혁신'을 당부했다. 유종일 원장은 "혁신 성장 정책은 혁신적인가"라고 자문하며 "혁신 성장 관련 예산 증액이 능사가 아니고 경쟁에 입각한 혁신, 시장 중심 구조조정에 의한 자원 재분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유연안전성 실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제민 부의장은 "공공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지만 신규 채용 공무원 직무급 전환 등 공공 부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공공 부문 선호 현상과 기업가정신 쇠퇴라는 악순환을 타파하려면 공공 부문에 대한 상대적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지향적 노동개혁 제언이 쏟아졌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풀타임과 정규직, 호봉제 중심의 노동 패러다임이 파트타임, 플랫폼 산업 종사자로 변모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획일적 노동 규제를 지양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파고에 대비해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일부 강성 노조단체를 겨냥한 듯 "사회적 대화를 폄하하는 집단에서 공격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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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석우 매일경제 기자
文정부 2년 경제정책 토론. 발표자들 소주성 언급대신 "분배교정" "경제활력 우선"
제대로된 혁신성장 하려면 시장원리 따른 자원 재분배, 노동시장 유연성 필요
한국노총, 강성노조 겨냥 "사회적 대화 흔들림 없어야"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경제·노동 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충우 기자]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초래되자 보수진영 공격이 소득주도성장론에 집중됐다. 수세에 몰린 정부는 뒤늦게 보완책을 추진하며 버티다가 경제팀 교체 후에는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혁신 성장으로 이동했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교역량 증가율 하락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역풍에 직면해 더욱 궁지에 몰렸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키워드인 소득주도성장의 지난 2년간 행보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이렇게 요약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부 2년, 경제·노동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간 경제정책을 대통령 직속 기구들이 주축이 돼 따져보는 자리였지만 학계의 많은 비판을 받아온 소득주도성장은 물론 혁신 성장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진영 논리를 배제한 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모두 한계를 인정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일자리의 양적 성장이 미흡했고, 소득 분배 악화가 지속됐다"고 자인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개선하고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도·소매업과 음식료업 등 일부 업종에서 고용 둔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무분별한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참석자들은 소득주도성장 언급을 자제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대적인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공공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축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지 않은 채 "2주년과 관련해 여러 언론·단체에서 평가와 과제를 내놔 경청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경제활력 제고에 최우선을 두고 일자리 확충과 분배 개선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당초 축사할 예정이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발표한 홍장표 위원장을 제외한 발표자들은 문재인정부 2주년 이후 경제·노동 과제 발표문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민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불평등한 분배 교정'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임금격차 해소'를 각각 사용했다. 유종일 원장은 "(소득주도성장)보다 정확한 표현은 분배주도성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정희 매일경제TV 대표는 "옹호론자든 비판론자든 소득주도성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그래서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혁신 성장을 두고도 참석자들은 '혁신의 혁신'을 당부했다. 유종일 원장은 "혁신 성장 정책은 혁신적인가"라고 자문하며 "혁신 성장 관련 예산 증액이 능사가 아니고 경쟁에 입각한 혁신, 시장 중심 구조조정에 의한 자원 재분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유연안전성 실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제민 부의장은 "공공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지만 신규 채용 공무원 직무급 전환 등 공공 부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공공 부문 선호 현상과 기업가정신 쇠퇴라는 악순환을 타파하려면 공공 부문에 대한 상대적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지향적 노동개혁 제언이 쏟아졌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풀타임과 정규직, 호봉제 중심의 노동 패러다임이 파트타임, 플랫폼 산업 종사자로 변모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획일적 노동 규제를 지양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파고에 대비해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일부 강성 노조단체를 겨냥한 듯 "사회적 대화를 폄하하는 집단에서 공격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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