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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베이비부머 세대,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중고령자의 인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고령자를 숙련된 인력이라는 관점 보다는 노후된 값싼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령이 될수록 감퇴하는 시력과 청력 같은 신체적 기능이나 암기 및 수리연산 능력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쉬운 반면 고령이 될수록 증가하는 오랜 경험과 숙련을 통해 축적된 통찰력이나 지혜, 공감 및 소통 능력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고령자의 경험과 숙련을 살리기 위해서는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인생주기를 고려함으로써 '제3기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살릴 수 있는 참여적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영국의 퇴직자와 파트타임 근무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제3기 인생대학(U3A)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평생학습의 목적으로서 웰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웰빙 지표들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토대로 학습, 고용, 복지를 연계한 통합적 평생학습 체계의 구축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중고령자들의 강점을 살려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신들의 축적된 경험과 숙련된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과 중고령자들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필자)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길어진 수명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최근 들어 100세 시대의 도래가 예고되고 노인 빈곤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중고령자 인력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고령자를 숙련된 인력이라는 관점 보다는 노후된 값싼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중고령자들의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이전보다 크게 감퇴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상황에서 중고령자들의 인력 활용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러한 측면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고령자의 능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 시력과 청력 같은 신체 기능이나 신속한 일처리와 수리논리에 필요한 지적 능력은 감소하지만 경험과 숙련에 기반 한 종합적 해석 능력 및 통찰력 등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제4차 산업시대가 될수록 신체적 기능이나 암기 및 수리연산 능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기나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오랜 경험과 숙련을 통해 축적된 통찰력이나 지혜, 공감 및 소통 능력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고령사회가 될수록 중고령자가 평생 경험하고 축적해 온 지식과 실행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평생학습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인생주기를 고려한 평생학습체계의 구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인생주기별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시기 구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이 정한 중고령자의 연령기준이나 정의가 법률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고령자고용촉진법은 55세 이상인 자를 고령자로 정의하고,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자는 준고령자로 정의한다. 반면에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인 자를 그리고 국민연금법은 노령연금 수급권을 가진 60세 이상인 자를 노인으로 정의한다. 이와 같이 법률의 취지에 따라 중고령자의 연령 기준에 대한 해석이나 이해가 각각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중고령자의 연령기준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인생주기를 중요하게 고려하고자 한다.  
  영국은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고령화와 직업세계의 변화를 고려하여 인생주기를 크게 만 24세 이하, 25세~49세, 50세~74세, 75세 이상의 4시기로 구분하고 있다(NIACE, 2009). 이 관점에서 본다면 중고령자의 연령대를 만 50세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인생주기를 논의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피터 라슬렛(Peter Laslett)이 저서 <A Fresh Map of Life>(1989)에서 인생을 4단계로 구분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중고령자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을 은퇴이후부터 건강을 잃기 전으로 규정하며 새롭게 자기 인생을 실현해 가는 시기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에 따르면, 제3기 인생은 자신의 쇠락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황혼의 시기가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펼쳐가는 시기가 된다. 참고로 제1기 인생은 진학이나 취업과 같은 것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반면에 제2기 인생은 취직하고 결혼을 해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이다. 이와 같이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인생주기를 고려한다면, 중고령자의 연령기준을 50세 이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제3기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살린 참여적 평생학습 접근 필요
  중고령자의 신체적 능력의 감퇴는 일정 정도 불가피 하지만 그동안 발전한 과학기술의 덕택으로 적절히 보완될 수 있다. 그리고 중고령자의 뇌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그들의 인지적 능력 또한 이름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암기력이나 정보처리 속도는 일부 감퇴하지만 주위의 사람, 일, 재정에 관해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능은 오히려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고령자가 되면서 ‘지혜’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뇌과학에 의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고령자들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역량과 지혜를 발휘해서 지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서 보듯이,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향후 50세~75세 시기, 즉 ‘제3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접근이 요청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제1기 인생인 만 24세 이하 시기, 즉 학령기에 교육 및 훈련에 대한 정책 지원과 예산 배분이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제2기 인생인 25세 이상 49세 이하 시기는 정책 지원이나 예산 배분이 급감하고 제3기 인생인 만 50세 이상 74세 이하 시기에는 더 감소해 매우 빈약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학습을 평생에 걸친 과정으로 보기보다는 학령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생주기 전체를 고려해 투자가 보다 균형 있고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평생학습체계는 인생주기별 특성과 요구를 적절히 반영해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1973년에 대학과 협력해 퇴자들 중심으로 배우는 제3기 인생대학(University of the Third Age, 이하U3A)이 만들어졌고 이 U3A 모델이 여러 나라들로 확산되었다. 영국에는 U3A 운동이 1981년에 전해졌는데 은퇴자들이 중심이 되어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자조(self-help)운동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2017년 현재 영국에서만 40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전국 1000개의 지역 U3A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제3기 인생을 맞은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조운동 방식의 평생학습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활기차고 보람되게 펼쳐나간 사례로 평생학습의 무한한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이 제3기 인생을 맞은 중고령자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중고령자를 위한 평생학습은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살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평생학습의 목적인 웰빙에 대한 통합적 접근  
  평생학습이 개인의 창조적 잠재력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 및 사회적 웰빙을 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3기 인생의 주체적 참여를 위해서는 평생학습과 웰빙이 통합적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웰빙 개념이 건강과 유사하게 협소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으나 본래는 지속적 행복의 의미에 가깝다. 지속적 행복은 순간적 쾌락이나 주관적 느낌에 의존하기 보다는 행복감이 지속되고 객관적 지표로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속적 행복을 위해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인 및 사회적 웰빙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OECD의 Better Life Index는 흔히 웰빙 지수로 불리며 삶의 질을 나타내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11개 지표를 포함한다. 이들 지표는 웰빙을 위한 사회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학습과 일, 시민참여, 건강 등 삶의 질에 관한 정책이 통합적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세계적으로 행복교육을 전파한 마틴 셀리그만에 의하면, 개인적 웰빙을 위해서는 긍정(능동)적 감정, 참여, 관계 형성, 의미, 성취의 다섯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중고령자의 웰빙을 위해서는 개인 및 사회적 웰빙의 지표에 해당하는 요소들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가 2016년에 50플러스 재단을 설립하고 취업, 복지, 교육, 상담 등의 중장년정책을 통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향후 각 영역이 협력하는 거버넌스 및 전달체계를 형성하고 제3기 인생을 맞은 중고령자들이 평생학습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운영하는 과감한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습, 고용, 복지를 연계한 통합적 평생학습 체계의 구축 
  제3기 인생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일과 학습을 연계할 수 있는 평생학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중요해지는 제3기 인생의 시기를 겨냥한 통합적 접근이 요청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평생학습 참여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예를 들면, 2007년에는 29.8%로 OECD 평균에 10%이상 미달했으나, 2015년에는 40.6%에 도달하였다. 특히 40.6% 중 직업관련 비형식 참여율이 27.7%로 가장 높다. 참고로 평생학습참여율은 25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들 중에서 형식교육 및 비형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계속해서 평생학습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생학습 참여를 통해    학습자가 원하는 고용, 복지, 웰빙, 사회참여 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통합적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와 같이 노동시장에서 인정되지도 않는 많은 자격증들이 남발된다면 성인 학습자들은 도움도 안되는 자격증들을 따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해서 노동시장에서 통용되는 자격제도를 만들고 그에 적합한 질 높은 교육·훈련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제3기 인생의 삶을 설계하고 준비할 여력이 없이 당장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악한 직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평생학습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면 축적된 전문성을 살리지도 못한 채 불안한 직업들을 전전하면서 삶이 피폐해지기 쉽다. 따라서 평생학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실업수당 및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적 안정망의 구축이 요청된다. 나아가 교육 및 훈련, 산업, 복지 담당 부처가 각 부처의 칸막이 행정을 벗어나 중고령자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중고령자들의 강점을 살려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의 창출 
  중고령자의 강점을 살려 제3기 인생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그들이 평생에 걸쳐 축적해 온 경험과 숙련된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생계 수단으로 삼아온 직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으며, 그 경우에도 축적된 경험과 숙련된 능력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의 숙련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고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유사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원하는 길을 찾아 가도록 하는 것이 요청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 수명이 길어질수록 제3기 인생을 위한 재교육, 사회복지, 건강, 웰빙 등의 분야는 일자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령자들은 이러한 분야들과 본인들이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낄 수 있으며 자신들의 경험과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중고령자 자신의 활력 있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좋은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복지를 살피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이러한 분야와 적극 연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 분야 중 노인 돌봄 분야는 중고령자가 건강하고 의지가 있다면 일정 기간의 교육을 통해 자격을 갖추고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과 일한 경험은 향후 본인의 건강을 돌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중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의 창출 과정과 업무 운영 방식 또한 중고령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협력할 수 있고 근무 시간도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입력 : 2017-12-18 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