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의 좋은나라

경향신문<세계일보> [노광우의시네마트랩] 남자는 근력, 여자는 염력

글/노광우 영화평론가

최근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가 되었고, 새로 ‘마녀2’가 개봉했다. 두 작품 다 한국의 액션영화 장르에서 호평을 받은 전작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할리우드와 홍콩 영화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속편과 시리즈물이 흥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흥행 성공작들이 분단 문제를 다루고 대체로 비극으로 끝나 이야기가 완결되는 경우가 많아 시리즈물을 기획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여고괴담’이나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정도가 꾸준히 시리즈로 만들어진 텍스트들이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을 필두로 한 경찰 수사팀 이야기라는 점에서 과거 텔레비전 드라마 ‘수사반장’과 비교할 만한데, ‘수사반장’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죄를 짓게 되는 딱한 사정을 보여주기에 시청자가 측은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도시’의 악당, 특히 이번 2편에서 악당 강해상 역을 맡은 손석구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런 측은지심이 일 만한 여지를 주지 않는 비인간적 인물형을 보여준다. ‘범죄도시’는 미국 형사 영화 ‘더티 해리’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더티 해리’에서는 경찰서 안의 번거롭고 형식적인 관료주의 절차를 거절하고 혼자서 직접 악당들을 스미스 앤드 웨슨 권총으로 해치우지만, ‘범죄도시’에서는 팀으로 움직여 악당들을 소탕하고 두목급을 마동석이 맨주먹으로 때려잡는다. 그래서 ‘더티 해리’에서는 권총의 이미지와 총성이, ‘범죄도시’에서는 마동석의 타격감이 강조된다.

‘마녀’에서 주인공들은 비밀 연구소에서 인간 병기를 만들려는 실험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2000년대 초반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한 텔레비전 ‘다크 에인절’ 시리즈의 설정과 비슷하다. ‘다크 에인절’에서는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인간 병기가 자기와 비슷한 동료들을 되찾아 가족을 재구성하려고 한다. 그에 비해 ‘마녀’에서는 이들을 만든 과학자는 나쁜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주인공은 나쁜 엄마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초능력을 지닌 다른 실험체들은 진화 정도와 신체 능력에 따라 유니언이나 토우라는 각기 다른 계급과 집단으로 나뉜다. 이들은 굳이 새로 가족을 구성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강한 존재는 이들을 염력으로 제압한다. 3편에서는 그 염력으로 무엇을 할지, 아니면 염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지 궁금해진다.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