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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시사IN> 메릴 스트리프의 해설로 ‘집에서 보는 전쟁’

글/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③ 전쟁 다큐멘터리 시리즈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가 현대의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세 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이 진지한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들일 수 있도록 당신을 이끌 것이다. 

3부작 다큐멘터리 <다섯이 돌아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극장가를 초토화해서 영화 산업의 기반을 붕괴시켰다. 이에 비해 바이러스 전파를 연상시키는 〈킹덤〉 시리즈의 세계적인 성공, 그리고 극장을 잡지 못해서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사냥의 시간〉 개봉 논란으로 인해 넷플릭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에 홈 비디오가 보급되었을 때 김용 원작소설을 각색한 장편 무협 드라마 시리즈들을 밤새워 보던 경험을 가진 중장년들이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그런 식으로 누릴 수 있다.


일단 필자가 영화 전공자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다큐멘터리는 〈다섯이 돌아왔다:할리우드와 2차 대전 이야기(Five Came Back)〉(2017)이다. 3부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 할리우드 고전영화 시기의 유명 감독 다섯 명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각자 어떤 식으로 전쟁을 수행했으며, 그 이후에 이들의 영화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과 〈수색자〉를 찍은 서부영화의 대표주자 존 포드, 〈말타의 매〉 〈백경〉 〈천지창조〉 등 모험영화와 스릴러 영화의 거장 존 휴스턴, 코미디를 주로 만들다가 전후에는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 〈셰인〉 〈안네 프랑크의 일기〉 같은 진지한 극영화로 선회한 조지 스티븐스, 1930년대에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와 같은 인민주의적 코미디를 주로 찍었던 프랭크 카프라, 그리고 〈폭풍의 언덕〉 〈로마의 휴일〉과 같은 멜로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해〉와 같은 문제작, 그리고 〈벤허〉 같은 대작을 연출한 윌리엄 와일러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부대와 부서에 배치되었다. 존 포드는 해군에서 복무했고, 존 휴스턴과 조지 스티븐스는 육군, 윌리엄 와일러는 미국 육군 항공대, 프랭크 카프라는 미국 전쟁정보국에 소속되어 주로 전쟁 관련 뉴스 영화, 신병 교육용 영화, 선전 및 홍보영화를 찍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명배우 메릴 스트리프의 해설로 진행되고, 현재 할리우드의 정상급 감독 다섯 명이 자신들의 전쟁 경험이 전후 영화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증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배 세대 영화인에 관해 설명하는 이들은 영화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한 각본가이자 〈보디 히트〉 〈그랜드 캐니언〉을 연출한 로런스 캐스단, 〈헬보이〉와 〈셰이프 오브 워터〉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블러디 선데이〉와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이다. 세대로 보면 이들은 이 고전적인 할리우드 시대 영화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자랐고, 그들을 영화적 아버지로 여긴다.


‘수면자 효과’ 이론을 만든 영화

프랭크 카프라를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은 최일선에서 복무했기에 모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윌리엄 와일러는 청력을 잃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한 존 포드는 술에 절어서 살았으며 나중에 극영화를 찍을 때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했다. 조지 스티븐스는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그동안 찍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전쟁의 참혹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특히 존 포드와 조지 스티븐스가 찍은 노르망디 해안은 연합군 병사들의 시체가 즐비한 장면이 나온다.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판권은 할리우드 메이저 회사들이 가지고 있기에 위의 감독들이 찍은 고전영화들을 넷플릭스에서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위의 감독들이 2차 대전 기간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 우선, 프랭크 카프라가 연출한 〈Why We Fight〉 시리즈 중 두 편(〈전쟁의 서곡〉과 〈우리는 왜 싸우는가:러시아 편〉)과 전쟁 말기에 적성국으로서 일본의 호전성을 강조한 다큐멘터리 〈프랭크 카프라의 일본 견문록(Know Your Enemy)〉(1945)가 있다. 〈Why We Fight〉는 미국에서 신병 교육용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 당시에 적성국으로부터 노획한 다큐멘터리, 뉴스 영화와 자료 화면들을 편집하고 정보제공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추가해서 만들었다. 이 작품 상영이 신병 교육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려고 칼 호블랜드의 주도로 실험연구가 이루어졌고, 이후 미디어 효과 이론에서 ‘수면자 효과’라는 이론이 만들어졌다.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는 신뢰도 낮은 메시지의 설득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존 휴스턴의 전쟁 시기 작품으로는 〈2차 대전:알류샨 열도에서의 보고〉(1943), 〈산 피에트로 전투〉(1945)가 올라와 있고, 참전 용사들의 외상 후 장애 문제를 다루어 미국 육군이 개봉을 허락하지 않아 1980년대에 비로소 공개된 〈빛이 있으라〉(1946)도 제공된다. 존 포드의 작품으로는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드웨이섬에서 복무하던 중 일본 해군의 공격 장면을 찍은 〈미드웨이 해전〉(1942)과 첩보원 교육용 영화 〈언더커버:적진 오퍼레이션〉(1943)이 올라와 있다. 윌리엄 와일러의 작품으로는 그가 직접 폭격기에 탑승해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폭격하고 연합군 폭격기를 요격하는 독일 전투기의 모습을 담은 〈멤피스 벨〉(1944)과 〈선더볼트〉(1947)도 볼 수 있다.

조지 스티븐스는 독일 남부 다카우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방문하고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를 목격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다카우의 강제수용소를 기록한 작품이 〈대학살:나치 강제수용소〉(1945)이다. 이 기록영화는 종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증거영상으로 상영되었고, 2차 대전을 기록한 주요한 작품으로 간주되어 미국 의회도서관의 보존 필름으로 등재되었다. 이런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기에 조지 스티븐스는 종전 후에 가벼운 희극을 만들지 않고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나는 드라마를 찍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들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유튜브는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지 않으니 한글 자막이 필요한 사람은 넷플릭스로 보기 바란다.

위의 감독들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는 점과 관련하여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유익하다. 기록매체로서 영화가 발명된 이후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 제1차 대전보다는 제2차 대전이 뉴스 보도와 기록을 목적으로 더 많이 영화화되었다. 이후에 발발한 주요 전쟁의 주요 사건들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각종 역사 프로그램의 자료 화면으로 활용되곤 했다. 또한 각종 전쟁과 밀리터리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블로거, 유튜버들도 꽤 많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사용자들도 더 많아졌다. 그래서 아래에 소개할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들 전쟁 및 역사 관련 유튜브를 함께 보는 것도 지식의 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특히 지금은 종영한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전쟁을 주제로 한 토크쇼로서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방송 분량들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모두 10부작이다.


전쟁사와 무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는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Greatest Events of WWII in Colours)〉(2019) 10부작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작품은 위의 감독들이 만든 영상과 당시에 찍은 영국·독일·러시아·일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수집해서 재편집하고 원래 흑백이었던 화면을 채색 처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볼거리와 정보가 풍부한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에피소드부터 2차 대전을 연구한 역사 연구자들의 인터뷰와 당시 연합군 측의 참전 용사들, 생존자의 인터뷰를 추가해서 각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 및 사건의 배경 정보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 작품은 원래 영국에서 기획·제작되었고, 전쟁의 진행 상황에서 전환점이 된 주요 사건들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아시아 지역의 전쟁은 ‘진주만’ 에피소드에서 1937년의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일어난 일본군과 연합군의 교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초강대국 미국의 상처를 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을 정점으로 한 냉전의 시대에 접어드는데, 미국으로서는 유럽을 제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게 된 전쟁이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국가적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고, 미국이 최후의 승자가 된 전쟁이었다. 반면 미국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국제적 위신이 떨어지게 된 전쟁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한국이 참전하기도 했고 최근 다방면의 교류가 이루어진 만큼, 베트남 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도 좋을 듯하다.

넷플릭스는 미국 공영방송 PBS가 만든 10부작 〈베트남 전쟁(The Vietnam War)〉(2017)도 제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 켄 번스와 린 노빅이 만들었고, 유명한 배우이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내레이터로 유명한 피터 코요테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최근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6만명을 넘어서 베트남 전쟁의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과 베트남 전쟁이 주로 벌어지던 1960년대는 미국에서 인권운동과 반전운동이 일어났고, 이후의 대중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미국 영화에서 1980년대에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한 베트남전 참전 용사 ‘람보’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코만도 같은 근육질의 남성 영웅들이 등장하는 군사 액션영화들이 나왔는데, 이런 영화들은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겪은 실패를 상상적으로 극복하려는 대응이었다.


미국 PBS가 만든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은 ‘데자뷔(1958~1961)’ ‘돌이킬 수 없는(1961~1963)’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다(1964년 1월~1965년 12월)’ ‘의지(1966년 1월~1967년 6월)’ ‘전장의 군인은 싸워야 한다(1967년 7~12월)’ ‘산산이 조각난 세상(1968년 1~7월)’ ‘문명의 허식(1968년 6월~1969년 5월)’ ‘세계의 역사로 남다(1969년 4월~1970년 5월)’ ‘엇갈리는 충성심(1970년 5월~1973년 3월)’ ‘기억의 무게(1973년 3월~현재)’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제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가 전쟁의 진행 상황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전문 역사 연구자들이 자기 관점에서 설명하는 데 비해 이 베트남전 다큐멘터리는 전쟁이 당시 미국과 베트남의 사회 정치 상황 및 이후에 남긴 유산을 주로 다루었다. 또한 전쟁에 참가했던 미국과 베트남 군인 및 전쟁을 경험한 민간인들의 증언도 담겨 있다.

1부 ‘데자뷔’는 19세기 프랑스의 베트남 점령과 그로 인해 일어난 기나긴 베트남의 반제국주의 독립운동을 역사적 배경으로 소개하면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위에 언급한 미국의 군사 액션영화들이 주로 미국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당시 남북으로 분단된 베트남의 군인, 민간인들의 기억도 소환함으로써 훨씬 균형 있게 양쪽의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한국도 이 전쟁에 참여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점을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프랑스가 베트남에서 물러난 이후 미국이 개입하고 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닉슨으로 이어지는 미국 대통령들과 각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그에 따라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에 집중한다.

이상 현대의 전쟁을 다룬 새로운 다큐멘터리 시리즈 세 편을 주로 소개했다. 에피소드 수로는 총 23편이고, 넷플릭스 알고리듬으로 추천받는 작품들을 포함하면 서른 편이 넘는다. 넷플릭스에는 이 밖에도 역사와 시사 문제를 다룬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시리즈들이 많다. 위에 소개한 작품들은 진지한 다큐멘터리에 재미를 들이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