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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보유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 처방

현안과정책 240호

글/전강수(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작금의 부동산 광풍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모두가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정부 출범 후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공화국’과 정면 대결을 벌인 참여정부의 계승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등한히 했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정책 수단을 소개한다.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조세저항 문제까지 해결할 방안은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 순증분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다.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방안인데, 이는 전 국민이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국토보유세의 원리를 모든 특권으로 확장해서 특권과세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특권을 해체할 최선의 방안은 특권이익에 무겁게 과세하는 것이다.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는 국토보유세 도입,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들 수 있다. 특권과세로 생기는 수입은 전액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국가 소멸을 저지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할 수도 있다.


부동산 광풍,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 7월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광풍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 줄기차게 밀어붙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책임을 돌린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9월 13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권이 지방 부동산 띄우기 정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지방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고, 박근혜 정권이 분양가 상한제 실질적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재건축 조합원 분양주택 수 3채 허용 등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서울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시절의 인위적 금리 인하도 한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과 수구 언론들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수요억제 정책과 부서 간 정책 혼선을 꼽는다. 예를 들어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 같은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박근혜 정권 50개월 동안 10.2% 상승한 데 반해 문재인 정부 16개월 동안 26%나 뛰었음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똑같은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과세·규제 강화를 포기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만 서울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도 맞는 것 같아서 헷갈리는 독자도 많을 성 싶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정확한 팩트 체크로 진실을 가릴 필요가 있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박영선 식 견해부터 살펴보자. 이 견해는 양 정권이 실시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실상을 드러냄으로써 부동산 광풍의 역사적 배경을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완전히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3년 뒤에 나타난다고 한 것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에는 정책 오류가 적지 않고 또 크다. 대선 공약 발표 때부터 매년 10조원, 5년간 50조원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여 부동산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집권 후 내내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적당히 관리는 하겠지만 ‘부동산공화국’을 건드리는 근본 정책을 실시할 생각은 없음을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를 투기해도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임대주택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등록 임대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여 투기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보유세 강화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여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통개발과 강북 개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해서 강남 지역에 붙었던 불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야당과 수구 언론의 견해에 대해 살펴보자. 이 견해는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빠른 부동산 값 상승세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을 시도했다는 명백한 사실과 박근혜 정권 때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가 강남 지역 부동산 광풍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에 애써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정책임에도 그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결함도 심각하다.

  명백한 역사도 자꾸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 줄기차게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투기 억제 장치가 전면 해제된 상태에서 작금의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자유한국당은 모른 척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정권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도심 내 공급을 중심으로 한 공급확대 추진, 금융 규제와 일부 재건축 규제 외의 모든 투기 억제용 규제 장치 철폐를 추진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은 수도권 시장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지방 광역시에서는 2009년부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지방의 부동산 투기 열풍은 2015년 내지 2017년까지 지속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폐지, 개발이익 환수 제도 무력화, 재건축 규제 완화, 금융 규제 완화 등의 투기 조장책을 펼쳤다.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활용한 금융 규제는 이명박 정권조차 감히 건드리지 못한 최후의 투기 억제 장치였음에도, 박근혜 정권은 그것마저 풀어버린 것이다. 이때 주역은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던 최경환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에도 꿈틀하지 않았던 서울 부동산시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최경환이 펼친 ‘초이노믹스’의 영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부동산 광풍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정부 출범 후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공화국과 정면 대결을 벌인 참여정부의 계승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유세 강화를 시종 일관 외면했고, 어떤 철학으로 정책을 펼치는지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으로 대처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6.13 지방선거 후 3개월 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30퍼센트 포인트나 떨어지고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우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발표한 9.13대책도 단기 시장조절 정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핀셋증세’, ‘찔끔증세’에 지나지 않아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고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재테크를 잘하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 광풍으로 고위 정책 담당자들의 주택 가격이 수 억 원씩 폭등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돼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회사원이 월급을 아껴 쓰고 열심히 저축하더라도 평생 3억 원을 저축하기 어렵다. 그런데 단 몇 달 사이에 집값이 올라서 재산이 4억 원, 5억 원 불어난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일 아닌가?

  일반 국민들은 이런 소식에 분개하다가 마침내 자신들도 투기 대열에 합류한다. 수많은 국민이 투기 열풍에 휩쓸린 다음에 급기야 가격 거품이 꺼지면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난다. 수 십 년 동안 부동산 투기 때문에 골병이 든 이 나라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약속으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는 외면하고 깔짝깔짝 가격 조절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작금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동안 시장에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줘서 부동산 광풍을 야기한 정책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시장에 가장 확실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그와 함께 5년간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여 부동산 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꺾어야 한다. 9.21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 방침도 지금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 조정대상지역에 한정한 임대사업자 혜택 조정은 전국적으로 또 기존 사업자까지 포함해서 시행해야 한다. 단,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해서 다주택자에게 보유 주택을 매각할 시간을 줄 필요는 있다. 개발 규제, 금융 규제, 거래 규제 등은 시장 상황에 맞춰 강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보유세는 일단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공시가격 현실화 및 형평성 제고를 통해 과표를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보유세,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근본정책

하지만 단기 시장조절 정책을 논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아래에서는 어떻게 하면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근본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자.

<그림 1>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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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은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 개념도를 그려본 것이다. 부동산공화국 해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올바른 정책 철학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 그 철학에 부합하는 근본 정책 수단을 도입해야 하며, 셋째, 정책 담당자들이 사익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부동산백지신탁제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국토보유세와 그 원리를 확대한 특권과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자.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에게 부여해야 한다. 그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책수단은 부동산보유세, 특히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소유자가 차지하는 지대소득을 줄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줄인다. 게다가 올바로 설계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결함인 동결효과나 조세전가를 유발하지도 않는다(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효과적일 것 같지만, 소유자로 하여금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만들거나 가격 폭등기에 조세전가를 초래하는 결함이 있다). 중립성, 경제성, 투명성, 공평성 등의 조세원칙에 비추어서도 토지보유세는 최상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한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유세 강화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이다. 정책 추진의 기본 방향과 목표, 그리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비토 논리가 퍼져 있기도 하고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경제 관료들이 추진하기를 기피하는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필자의 생각으로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조세저항 문제까지 해결할 방안은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그보다 장점이 많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것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방안으로, 전 국민이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마치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보유 주식 수만큼 소유권과 배당받을 권리를 갖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국토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한 주씩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토지에만 부과하고,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가 아니라 전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한다. 건물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건물보유세가 건축 활동을 위축시키는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조세저항 문제를 염려하겠지만 그것은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n씩 분배하는 토지배당으로 해결한다. 국토보유세는 현행 보유세 제도의 근본 문제로 지적되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하여 누진과세한다. 토지보유세를 모든 토지에 동일한 방식으로 부과할 경우 조세의 중립성이 구현되지만 용도별 차등과세를 할 경우에는 토지 이용에 왜곡이 발생해서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의 용도별 차등과세는 주택 따로, 별도합산 토지 따로, 종합합산 토지 따로 나누어 각 범주 내에서 인별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부동산을 두루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국토보유세 도입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추진한다. 첫째, 현행 국세 보유세인 종부세를 폐지한다. 둘째,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셋째, 재산세 납부액 중 토지분은 환급한다. 넷째, 전국에 소유하는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서 과세한다. 다섯째, 전체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한다. 여섯째,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일곱째,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여덟째,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 순증분은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배당으로 분배한다.

  필자는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공동 집필한 한 논문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15.5조원 늘리고 이를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30만원씩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전강수·강남훈, 2018,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김윤상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경북대학교 출판부). 그 논문에서 우리는 이 방안을 시행할 경우 전체 가구의 94퍼센트가 순수혜 가구가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표 1>은 종부세와 국토보유세를 비교한 표이다. 과세의 보편성, 조세원칙, 조세저항 완화 장치 내장(內藏) 여부,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 모든 측면에서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보다 뛰어난 세금임을 알 수 있다.

<표 1> 종부세와 국토보유세의 비교


종부세

국토보유세

과세의 보편성

극소수 부동산 소유자 대상

모든 토지 소유자 대상

조세원칙에 따른 평가

가장 나쁜 세금 중 하나인 건물과세도 포함

가장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만 부과

조세저항 완화 장치

없음

내장

제도의 지속 가능성

납세자와 수혜자 완전 불일치

납세자와 수혜자 일치


  특히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는 달리 조세저항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의 권고에 따라 현행 종부세와 재산세만으로 보유세를 GDP의 2퍼센트 수준으로 강화할 경우 심한 조세저항이 불가피하다. 반면 국토보유세 15.5조를 걷는 방안은 토지배당 지급으로 전체 가구의 94퍼센트에게 순수혜를 누리게 하므로, 과세 대상자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여 소수의 부담자들이 펼칠 조세저항에 대해 강력한 방파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종부세가 과세 대상자 전원의 저항을 유발하는 조세라면, 국토보유세는 과세 대상자의 94퍼센트가 지지할 조세이다.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으로 지급하는 토지배당은 생애주기별 배당이나 특수배당 등 다른 기본소득과 결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순수혜 가구 비율은 더 늘어나고 수혜액도 증가할 것이다. 토지배당을 비롯한 모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그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하여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토보유세 도입은 부동산 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이 세금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단계가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지대추구 경향이 줄어들 것이며 그만큼 생산적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둘째,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할 것이므로 토지 소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 온 재벌·대기업들도 더 이상 필요 이상의 토지를 처분할 것이고, 그만큼 생산적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소유 불평등 완화는 소득 불평등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지가와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로 주거비용과 창업 시 토지비용이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 부담과 높은 토지비용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회귀 가능성도 높아진다. 넷째, 모든 국민이 토지배당을 받게 되면, 자신이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고양될 것이다.


특권과세 강화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특권과세 강화는 국토보유세의 원리를 모든 종류의 특권으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특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부동산 특권이 대표적이고, 교육특권, 일자리특권, 재벌·대기업이 누리는 독점이윤과 초과이윤, 세습자산, 환경 파괴와 자연자원 사용으로 누리는 특권 등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다. 부동산 특권이 부동산 소유자에게 임대소득과 자본이득을 안겨주며 임대차 시장의 ‘힘의 비대칭’을 이용한 임차인 수탈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사회 상위 1%가 획득하는 과도한 소득은 그들의 노력과 생산성에 상응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들과 그 가족들이 누리는 교육특권과 일자리특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노력과 생산성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이 아니라 특권이익으로 인한 불평등이 커지면, 그 사회는 계급사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계층 사다리가 끊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 일반 국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려도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점점 사라진다. 한국은 이미 이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출산율의 극단적 저하는 국가가 소멸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약 20년이 지나면 한국 지자체의 약 30%가 인구 감소로 기능 정지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 하니 이미 지방 소멸은 가시화되고 있고 봐야 한다. 특권을 해체해서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지 않는 한, 이 과정을 되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특권을 해체하는 최선의 방안은 ‘특권이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을 과세의 제일 원칙으로 수립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는 국토보유세 도입,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들 수 있다.

  특권과세로 생기는 수입은 국토보유세 수입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수입은 전액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국가 소멸을 저지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재건 프로젝트는 어떨까? 연간 30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아기사랑주택, 무상조리원, 무상탁아소, 무상어린이집, 무상유치원, 무상고등교육 등을 대거 공급하여 출산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데에는 주택문제와 일자리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출산 직후 육아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초대형 국가프로젝트이다. 이와 같이 특권 해체로 공정한 경쟁을 복원하고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짐으로써 희망을 복원할 수만 있다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