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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현안과정책 275호

글/한창근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인정되고 그 시급성 및 문제해결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결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가에 따라 청년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믿음 하에 정부는 그 동안의 점증적인 해결책 제시라는 소극적 대처에서 심폐소생술과 같은 확실한 실행이라는 보다 적극적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말기 위급 환자와 같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위험한 문제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골든타임은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 같다. 그러한 위기의식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 상당수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좀 더 과감한 정부의 의지 및 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인구감소 재앙’에 처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인구감소 재앙’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사회지표는 합계출산율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저출산 관련 지표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2002~2016년 기간 동안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1.19로 나타났고 이는 조사대상국 52개 국가들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00 아래로 추락하였다는 내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초저출산’의 트렌드의 결과, 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는 2019년부터 인구 자연감소(5천명)가 이루어지고, 2030년에는 6만명, 그리고 2060년에는 55만명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감소의 부정적 효과들은 상당히 지대하다. 경제활동인구감소,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치, 소비축소 등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지방 행정 및 재정문제 등의 지역불균형 문제, 병력자원 부족문제, 병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의 수급 불균형문제 등 사회 전반적인 측면에서도 인구감소의 영향은 거대하다. 인구문제는 급속도로 증가할 때도 문제지만 감소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시키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꼬여서 상호작용하며 악화된다는 점이다.

  합계출산율의 감소 그리고 인구감소가 이렇게 중요한 사회문제인데 정부는 무엇을 했나?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저출산 대응관련 기본계획(‘06~’10)이 처음 수립되었고 그 후 2차(‘11~’15), 3차(‘16~’20)에 이르고 있다. 예산도 1차 기본계획에 42.2조와 2차 기본계획에 109.9조가 투입되었고, 3차 기본계획에는 197.5조가 투입될 계획이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18). 이러한 예산투입이 이루어졌으나 지속적인 인구감소에 대해 언론의 즉각적인 대응은 “저출산 예산 13년간 143조원 다 어디에 썼나?”(한국일보, 2018년 11월 20일)와 같은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책실패(Policy failure)의 대표적인 예이다. 정책실패는 정책목표의 설정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그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책실패의 다양한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책목표가 모호하거나 추상적인 경우, 정책수단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정책담당주체가 소극적이거나 리더십이 부조한 경우, 정책대상 집단이 정책에 대해 불응(Non-compliance)하는 태도가 높은 경우,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정책환경이 그 이유들이다.

한국의 저출산 대응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은, 비록 사후 판단이지만, 예측이 가능했다. 남녀불평등의 뿌리 깊은 문화, 독박육아와 같은 육아불평등 문제, 육아 및 사교육비와 같은 비용의 증가, 낮은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수준 등의 상황에서 조금씩(piecemeal) 그리고 땜질식(patchwork) 저출산 대응은 정책판단의 실수였다. 더욱이 헬조선과 흙수저계급과 같은 표현들이 설명하듯이 한국의 현재 상황은 청년들이 아이를 낳기를 거부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미래가 불투명한 ‘지옥’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불순응은 얼핏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패러다임을 기존의 ‘국가주도식 지원’에서 ‘삶의 질의 제고’로 수정하였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인 포용국가 실현에 근거하고 있으며 인구정책의 전략적 수정이라고 해석된다(아래 표 참조).


<표 1>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지금까지는

앞으로는

비전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출산정책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람중심 정책

목표

출산율·출생아수

2040세대의 삶의 질

접근방식

출산장려 캠페인(국가주도 인식개선)

제도·구조 개혁을 통해 개인의 합리적 선택

타깃대상

육아기 부모/저소득층

청년, 아동, 여성 행복 중산층, 전계층

정책

보육에 주안점

주거, 일·생활균형(워라벨) 강화/모든 출생 존중

출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2019)


  패러다임 전환 내용 중 몇 가지 이슈들은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양적 성장(출산율이나 출생아 수)에서 질적 향상(삶의 질과 개인의 선택권 강조)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양적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본인 및 후세대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산결정을 하게끔 지원해주는 방향으로의 수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정은 어찌 보면 넛지 효과(Nudge effect)의 적용을 의미한다. 아이를 낳아보라는 국가주도형 출산지원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환경을 변화시켜서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넛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둘째, 주요 정책 대상을 기존의 저소득층 중심에서 아동, 청년, 여성 등을 포함한 전 계층으로 확대하였다는 점이다. 기존의 아동과 그 부모 그리고 저소득층에게 집중된 지원정책들은 저출산 문제를 아주 편협하게 그리고 선별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적으로 양부모가정 중심의 지원에서 한부모가족 및 미혼가족에게까지 그 대상을 확대한 것은 바람직한 전환으로 파악된다. 셋째, 접근방식의 전환으로 제시된 제도 및 구조 개혁이다. 남성육아참여활성화, 육아휴직제도 내실화, 비혼·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해소 및 인식 개선 등이 이러한 개혁의 실천 정책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던지고 싶은 근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저출산 정책들은 그 정책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좀 더 직설적으로는 “그래서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 것인가?”이다.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저출산 정책들은 어찌 보면 위급 환자를 약처방을 통해서 치료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우리의 상황을 숨이 멈춰가고 맥박이 약해지는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치료, 즉, 심폐소생술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저출산에 대한 심폐소생술과 같은 대응책들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조언들을 제시할까 한다. 첫째, 현재 백화점식 저출산 정책들 실시에서 보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선시되는 저출산 정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및 초등돌봄 확대’(16.8%),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여건 개선’(15.1%), 그리고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근로지원 정책’(14.8%) 순으로 나타났다(한국 갤럽, 2018). 이렇듯 저출산 문제 진단과 욕구파악이 이루어졌다면, 백화점식 정책 나열 접근에서 선택과 집중 형태로 예산을 배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도 나열식 정책실시에서 ‘역량집중과제’ 선정을 통해서 10조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역량집중과제 중 보육 및 유아교육(4조 8천억원), 신혼부부 주택지원(3조원), 남성육아참여활성화(9,886억원), 아동수당지급(9,665억원)의 순으로 예산배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예산으로 저출산 트렌드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선 순위 정책에 대한 더 과감한 예산배정을 통해 정책효과성을 높이도록 집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유인하는 혁신적인 정책들이 도입되어야 한다. 넛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자극하기 위한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공립 어린이집 및 초등학교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호응도 및 신뢰도가 높은 상황에서 주거지역과 국공립 어린이집 및 유치원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주거·육아 토털 콤플렉스(주거 육아 행복주택)의 구성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주택단지의 구성을 통해 공동육아활성화지원도 같이 이루어진다면 그러한 도로 및 유휴지를 활용한 행복주택단지의 조성은 혁신적인 정책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도입을 통한 청년들의 출산율 향상을 기대해 본다.

  셋째, 결국 출산을 미루거나 안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정부 및 사회가 어떠한 지원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지원을 통해서 그 불안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관한 로드맵을 통한 제도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책들은 파편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출산을 결정하는 청년들이 가지는 고민들은 출산 전후 그리고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제도적 혜택이 있고 그 부족분을 청년들이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관한 종합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책수혜자의 종합적 고민과 판단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종합적인 로드맵이 제도적으로 제공되고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인정되고 그 시급성 및 문제해결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결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가에 따라 청년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믿음 하에 정부는 그 동안의 점증적인 해결책 제시라는 소극적 대처에서 심폐소생술과 같은 확실한 실행이라는 보다 적극적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말기 위급 환자와 같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위험한 문제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골든타임은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 같다. 그러한 위기의식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 상당수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좀 더 과감한 정부의 의지 및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