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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복지국가 전략,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는 법

현안과정책 242호

글/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사회는 집을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부동산 인질사회이다. 집 장만을 하기 전까지는 주거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집 장만을 하고 나면 집값 상승을 바랄 수밖에 없고,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고는 노후에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한국 사회는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 억제뿐만 아니라 주거불안이나 노후불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복지국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사람들에게 집을 안사도 충분히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도록 제반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안정적인 주택공급자의 역할을 맡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택구입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공적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복지증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현재의 중·고령자 세대에 대해서는 주택소유 여부를 고려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반면, 미래 세대에 대해서는 임대중심의 주거체제를 전제로 한 보편적 복지국가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저부담-저복지-자산형성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해 온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 고부담-고복지의 고진로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이다.


반복되는 집값 폭등과 부동산 인질사회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몇 달 동안 서울과 인근 수도권의 집값이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원씩 올랐다. 정부가 부랴부랴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해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대출을 규제하고 징벌적 과세를 강화하는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집값도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든 무주택자들의 상실감이 해소될 것 같지도 않다.

  이미 우리는 참여정부 때도 똑같은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집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은 참여정부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당황한 정부는 대출 규제 등 온갖 대책들을 쏟아냈고 급기야 종합부동산세까지 도입했다. 당시에 참여정부가 이렇게라도 해서 그나마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부정적 효과도 컸다. 집값 폭등으로 정치적 냉소주의가 팽배했고, 종합부동산세 저항에 중산층들까지 가세하면서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은 허물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참여정부 때 한바탕 소동을 거친데다 주택시장 붕괴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 신화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집 때문에 빈곤해진 ‘하우스푸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일본처럼 부동산 시장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집값 폭등으로 이러한 전망들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한국 사회는 아직 부동산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여전히 부동산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탐욕적이기라도 해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어떤 사회구조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지 욕망이나 투기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고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부동산이 생존의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집을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들이 현재 다주택자 문제나 집값 폭등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 부동산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요점은 이들이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고서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잘 나가던 시절에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일상화된 조기퇴직으로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쫓겨난 경우가 많다. 제2의 인생으로 시작하는 자영업은 생존확률이 극히 낮고, 국가의 소득보장 수준은 보잘 것 없는 데다, 자식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은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최근 서울 집값 중위수가 8억 원을 넘어섰는데, 이를 소득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200만원 씩 33년을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다. 8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65세에 정액형 종신지급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이 한 달에 200만 원이다. 이러니 집 한 채 잘 장만하는 것만큼 성공적인 노후대책도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차피 집은 있어야 하는데, 잘만 하면 노후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부동산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에는 아직 집 장만을 하지 못한 무주택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주거는 기본적인 욕구이다. 내 집이든 아니든 살 집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거복지가 미흡하니 결국 내 집 마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집을 사기도 어렵다. 집값이 떨어질 것 같으면 상투 잡는 격이 돼서 살 수가 없고,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구매여력이 안돼서 살 수가 없다. 결국은 집값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내 집 마련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십중팔구 자신의 구매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집을 사야 되니, 결국 빚을 질 수밖에 없고, 빚을 지고 내 집 마련을 하는 순간부터 이들도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처지가 된다.

  이렇게 집 장만을 하기 전까지는 주거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집 장만을 하고 나면 집값 상승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고는 노후에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 즉 부동산이 주거불안이나 노후불안 등 생존의 문제와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 한국사회가 부동산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누군가가 부동산을 활용해 노후대비를 하려다보니 누군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자가소유율 증가의 상당 부분은 50-60대가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은 다주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자가 소유율은 과거에 비해 더 하락했다. 결국 주거복지도 미흡한 상황에서 내 집 마련까지 힘들어지면서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다.


어쩌다 부동산 인질사회가 되었나

  한국 사회가 부동산 인질사회가 된 이유는 역사적으로 보면 복지국가의 지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가 복지지출을 극도로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은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일차적 목적과 함께 가족주의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이자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작동해 온 것이다.

  산업화시기에 정부는 복지는 최소화하는 대신 산업자금 조달을 위해 저축을 장려했다. 모든 가용한 자원이 산업부문에 할당되었기 때문에 복지지출이 억제된 것은 물론이고, 은행예금까지 모두 산업화를 위해 동원되었다. 반면 주택부족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에 필요한 자본공급은 매우 부족했다. 주택마련을 위한 가계대출이 불가능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가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저축해서 집부터 장만하는 것이 필수였다. 당시 노동자 수기를 보면 영양실조에 걸려가면서까지 저축해서 집을 장만했다는 얘기가 구구절절이 나온다. 당시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런데 도시화는 급격히 진행되는데 비해 주택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1970년대 강남개발과 아파트 건축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을 통한 자산형성에 대한 학습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지도 않고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는 현실에서 부동산을 활용해 각자도생하는 것이 규범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열심히 저축해서 종자돈을 마련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집 한 채 장만하고, 집을 늘려나가고, 가능하면 다주택자가 되는 것이 중산층 전략으로 고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 또한 가계저축을 장려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재산형성을 촉진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의 과실을 향유케 하는 독특한 재분배 메커니즘이 구축될 수 있었다.

  민주화는 재산형성을 통한 재분배 메커니즘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 민주화를 계기로 분배갈등이 폭발했음은 물론이다. 이 중에서도 주택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는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가정을 꾸릴 나이였기 때문에 주택문제는 특히 중요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행에서 살아남은 권위주의 세력의 해결책은 복지국가 전략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을 통한 중산층 육성 전략이었다. 주택 200만 호 건설이 그것이다. 국가가 처음으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하지만 그 목적은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 소유를 촉진해 중산층을 육성시키는 것이었다. 조세 부담의 불공평성으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복지국가가 성장하는 데에도 애초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민주화와 격렬한 분배갈등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복지국가 전략 대신 부동산 의존적인 사회구조가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말았다.

  외환위기 이후도 마찬가지다. 비록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복지확대를 추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용불안은 심각해지고,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 국가의 복지확대는 이러한 사회적 위험의 증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중산층은 다시금 부동산을 통한 자산증식과 재테크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컸기 때문에 민간연금 같은 금융자산보다는 복지대체수단으로서 부동산에 대한 편향은 더욱 증가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부동산 인질사회의 근저에는 주거불안과 노후불안 등 생존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는 이러한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가가 사회안전망도 제공하지 않고, 주거문제도 해결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주기적으로 계속 뛰었기 때문에, 일단 집부터 장만하고 이를 계속 불려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부동산을 활용하여 중산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도 굳이 복지국가 전략을 통해 분배문제를 해결해야 할 유인이 적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복지국가 발전의 지체와 부동산 인질사회의 등장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는 법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복지국가의 저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곧 복지국가 전략이 부동산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부동산이 단순히 욕망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생존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고, 여기에 더해 주거불안과 노후불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복지국가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먼저 주거체제와 복지국가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주거체제와 복지국가에 관한 연구들은 자가소유 규범이 강한 사회에서는 국가의 소득보장이 최소 수준으로 머무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공공임대가 중심인 사회에서는 국가의 소득보장도 잘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유인즉, 자가소유 규범이 강하면 생애주기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관대한 복지를 뒷받침할 만한 납세여력이 안 되는 반면, 공공임대 비중이 높은 사회에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복지 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가소유 사회에서는 일단 집을 소유하게 되면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가 주택자산을 유동화해서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공적 복지에 대한 의존성이 줄어드는 반면, 임대 비중이 높은 사회에서는 노후에 기댈 수 있는 보유자산이 적기 때문에 공적 복지에 대한 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공공임대가 잘 발달되어 있는 스웨덴 같은 사민주의형 복지국가들에서는 관대하고 보편적인 복지가 발달한 반면, 자가소유 규범이 강한 미국 같은 자유주의형 복지국가들에서는 복지도 잔여적이고 최소한의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거체제와 복지국가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논의들은 앞으로 한국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구해야할 주거체제와 복지국가의 관계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에게 집을 안사도 충분히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복지국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집은 안사도 되는 대신 공적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복지증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저부담-저복지-자산형성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해 온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서 고부담-고복지의 고진로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이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집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은 없어도 된다고 하는 사고의 전환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을 안사도 된다는 믿음과 확신, 사고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복지국가 전략은 무엇일까? 물론 더 이상 부동산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없도록 제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 전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필요조건 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은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안정적인 공급방안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도 물론 필요하지만 민간임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양질의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복지의 대표적인 정책수단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적절한 입지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괜찮은 곳에 충분한 양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고, 또 막상 지어놓은 공공임대주택이 슬럼화되는 등 부작용도 있다. 결국 임대주택을 공급해도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다.

  그렇다면 남는 대안은 민간임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민간임대 주택을 활용해 주거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독일식 해법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자가소유를 장려해 왔지만, 정책이 별로 성공적이지 못해서 민간임대의 비중이 독일과 유사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전세제도 및 다주택자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투기목적이든 노후대비 목적이든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관행으로 인해 민간임대 시장이 성장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민간임대 시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관계로 독일처럼 민간임대시장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해서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므로 월세값, 전세값 규제 등 법을 강화해서 민간임대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입지가 좋은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주거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서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려다가 오히려 집값 폭등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다주택자로 전환하면서 집값이 뛰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책방향 만큼은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민간임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주거불안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고, 집을 굳이 사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도 확산될 것이다. 그러므로 민간임대시장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정책방향을 계속 밀고나가되,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정책수단들을 손보는 정도로 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민간임대시장 규제는 다주택자 규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주택자들 중에는 노후대비 목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주택 보유 문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징벌적으로 과세하게 되면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이 집을 팔도록 압박하더라도 구매자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자가소유 사회에서 벗어나 임대중심 사회로 전환한다는 정책목표에도 잘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게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적정 임대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로 안정적인 주택공급자의 역할을 맡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임대중심의 주거체제에 부합하는 복지국가 전략은 무엇일까? 노인빈곤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소득보장에 관한 논의들이 대부분 현재의 노인세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 인질사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들을 위해 어떤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앞에서 우리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공적 복지에 대한 욕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의 주거체제는 임대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곧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중·고령자 세대와 앞으로는 임대주택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큰 젊은 세대가 상이한 복지욕구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현재의 중·고령자 세대에 대해서는 주택소유 여부를 고려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반면, 미래 세대에 대해서는 임대중심의 주거체제를 전제로 한 보편적 복지국가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 주거불안이나 노후불안 없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