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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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 지속가능한 방식인가?

현안과정책 341호

글/김학진 (충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현재의 탈원전 정책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었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는 지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국가 정책의 결정에 시민 참여를 실현한 최초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론화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관하여 당시 이슈페이퍼에서 다룬 바 있다.[1] 그런데 지난 10월에 발표된 이래 논란이 된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론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원전의 건설, 운영, 폐기에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과 연관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원전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이다. 원전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고리 5,6호기처럼 쌍으로 건설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의 홈페이지에 따르면[2], 두 기의 건설비는 약 7조원이며, 폐로 비용은 기당 7,515억원(두 기의 폐로 비용은 1.53조원)이다. 원전의 유지/보수 비용은 발전소(2개 호기) 당 연간 약 800~1,000억 원이 소요된다. 폐로 비용 산출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비용 및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부담금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인데,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폐로 비용은 초기에 산정한 금액보다 증가하기 쉽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월성 1호기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전에 찬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원전의 위험성은 충분히 기술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 원전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특히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실감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대체할만한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원전이 아주 위험하다면 탈원전을 해야겠지만 현재의 위험도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은 번복될 수도 있다. 의견이 크게 나뉘어 있는 정책일수록 광범위한 공론화와 민주적 절차가 매우 중요하며, 관련 내용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반드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의 필요성

최근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현안과 정책 제328호는 ‘탈원전이 위험한 선택인 이유’라는 제하의 탈원전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글은 원전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6만 명이나 강제 이주시킨 결과 첫 3년간 1,121명이 신체적 정신적 고갈로 사망했다... 방사성 공포가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는 표현에 나오는 사망자수는 10만 명당 연간 사망률로 환산하면 233.5명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평균 사망률(574.8명)의 절반이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더구나 일본의 연간 평균 사망률은 한국보다 높은 1,000명 정도이다.[3] 사망 원인에 관한 정확한 분석이 없으면 강제 이주가 실제로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후쿠시마) 오염 지역 주민이 대피하지 않았을 경우, 기대 수명이 두 달 반 감축된다. 런던에서 대기 오염으로 단축되는 기대 수명 넉 달 반이다”는 내용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상황들을 비교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일상을 잃어버린 노인들의 삶의 질 변화는 기대 수명 감소보다 감내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장 의문스러운 표현은 원전 사고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근거로 인용한 J 값(Judgement value)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량화된 표현을 도입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의 원인이 되기 쉽다. 예컨대, 중등과학에서 다이아몬드가 굳기 10으로 가장 단단한 광물이라는 모스 경도계(Mohs scale of hardness)를 가르치는데, 경도계에 나오는 숫자들은 광물의 실제 굳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광물들의 상대적 경도만을 비교하는 임의적 기준일 뿐이다. 원전 사고를 겪고 있는 사회 상황을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강한 회의가 든다. J 값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들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들 요소의 경중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 요소의 가중치에 대해서는 같은 분야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를 것이다. 이런 값으로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속가능성의 핵심, 순환

20년 전 뉴밀레니엄이 시작과 함께 21세기의 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목된 연구 주제가 에너지와 환경이었다. 아직도 유효하다. 에너지와 환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류 문명을 지속하기 위한 기초이다. 여기서 지속가능성은 생명체의 입장에 선 개념인데, 순환하지 않고 지속하는 생명체는 없다. 순환은 원래와 똑같은 상태로 돌아오면서 반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빅뱅 이래 우주가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구 역시 그렇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년 생명이 활기를 찾는 봄은 오지만 이전과 똑같은 봄은 오지 않는다. 탄생-성장-노화-죽음의 순환을 통해 세대를 이어가듯이,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순환만이 역사에서, 또한 생명 현상에서 가능하다. 생명이 포함된 현상의 지속은 이런 순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생명체가 엔트로피 법칙에 저항하면서 살다가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무수히 많은 종들이 먹이사슬이든 공생관계든 서로 엮여 커다란 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생물은 무언가를 투입물로 취하여 성장, 생존하는 동안 자신에게는 쓸모없는 폐기물을 만든다. 이런 과정은 폐열(waste heat)을 만들지 않고는 일을 하지 못하는 열기관을 떠올리게 하는데, 생태계에서 다른 어떤 생물에게도 쓸모없는 폐기물, 그야말로 쓰레기를 만드는 생물은 인간 말고는 없다. 쓰레기가 그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에게 해롭고, 생태계의 지속성에 커다란 장애인 것은 그것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새롭다는 말은 생태계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 양이 많아져 생명체들이 그 존재를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만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생물이 진화를 통해 나타나기 전에, 생물의 역사에서 보면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도 많은 양의 새로운 물질들이 인간 활동 결과 만들어졌다.


어떤 쓰레기를 처리할 생물학적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즉 생명의 순환 고리에 포함된 방식이 없다면 그로 인해 인류는 물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을 것이다. 원전에서 생겨나는 폐기물은 생물학적 처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방사능 폐기물은 스스로 다른 물질로 바뀌기 전에 인간이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없으며, 방사능을 견딜 수 있는 세포는 없다. 원전 관련 기술 중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기술은 오랫동안 사고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원전 건설 기술이 아니라 안전하게 폐기하는 기술이다. 2004년 국제 원자력 기구(IAEA) 회의에서 2050년까지의 세계 원자로 해체 비용을 약 1조 달러로 추산하였다.[4] 그간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원전과 그간 진행된 폐로 과정의 불완전성, 평균적으로 20년 정도 걸리는 폐로 기간을 생각하면 폐로 기술의 개발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


모든 대안은 변화이다

<표 1>에는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비율이 나와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전기 생산 구조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원자력에 편중되어 있다.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인 석탄, 석유, 천연 가스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현재 가장 비중이 높은 석탄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화석 연료 중에서 석탄은 탄소의 구성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온실 가스(이산화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이다.[5] 화석 연료 중에서 천연 가스의 비중이 석유보다 높은 것은 천연 가스가 온실 가스를 석유보다 적게 배출하고, 석유를 화학 산업의 원자재와 자동차 운행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하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 한국의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면서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려면 대체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즉 재생가능 에너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에너지원은 수력인데, 수력 발전소의 건설은 지리적 제약을 받으며, 한국의 경우 그 한계에 이르렀다.

<표 1>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 비율(%) (2017년)

*https://en.wikipedia.org/wiki/Renewable_energy,   **여기에는 수력, 풍력, 태양 에너지, 생물 연료 등이 포함된다. 괄호 안은 수력의 비율이다.,  †https://blog.kepco.co.kr/898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지열과 조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태양 에너지다. 지열과 조력 역시 수력과 비슷하게 지리적 제약을 받으며, 태양 에너지는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태양 에너지 이용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림 1은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의 세계적 추세 변화를 보여준다. 풍력도 태양 에너지가 변환된 형태이다. 태양 에너지 이용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는데, 그 후 눈에 띠게 증가하였다.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이 이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국한하여 사용하지만 태양 에너지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에너지를 만드는 데도 사용되며, 현재는 석유, 천연 가스 등 화석 연료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회색 연료라고 부르는 수소를 물로부터 만드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수소는 저장, 보급 등 난제들이 있지만, 녹색 연료가 될 수 있다.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이 분야는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기술 발전이 일어날 것이다. 대체에너지는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성이 약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인류의 총 에너지 소비량의 몇 배에 해당하는 공짜 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진보를 생각하면 이 문제 역시 머지않아 개선책을 찾을 것이다.


<그림 1>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 변화[6]

전기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상생활과 산업 구조의 변화는 원전의 또 다른 대안이다. 이 대안이 작동하려면 이로 인한 변화들을 사회적, 국가적으로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 자동차와 수소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려면 상당 기간 동안 주유소보다 불편할 충전소 문제를 겪어야 한다.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국의 비닐 사용과 관련하여 전면 금지는커녕 자제하는 수준에 이르지도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환경을 위한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변화에 수반되는 불편을 감내하는 환경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성세대가 변화에 부응하기 힘들고, 젊은 세대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듯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더 유망

방사능 폐기물 처리 기술이나 원전 사고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온실 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기술과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유망하다. 방사능 폐기물은 다른 물질로 변환시킬 수 없지만 온실 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은 다른 안전한 물질로, 심지어 유용한 물질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7] 탈원전에 반대하는 측에는 원전을 건설하는 원자핵공학자들이 있다. 핵융합 기술은 이들이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여 주력하고 있는 신기술이다. 태양과 같이 어떤 용기에도 담을 수 없는 뜨거운 플라즈마를 만들어 현재의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방사능 폐기물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홍보하는 핵융합 기술은 비싼 비용을 치르고, 한계에 도전하였다는 것만을 보여주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원자를 이용하는 반도체 집적 기술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원자는 작지만 크기가 있으므로 원자 자체보다 높은 집적도를 가진 반도체를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원자의 크기보다 훨씬 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핵융합을 위한 플라즈마의 지속 시간이 수백 초에 이르렀다는 홍보를 들을 수 있지만 그 지속 시간의 한계는 핵융합 기술이 상업적 가치를 가지려면 도달해야 하는 수년, 수십 년에 훨씬, 훨씬 못 미칠 것이다. 핵융합 기술자들은 이 한계를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단지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참고문헌>
1) 2017년 11월 6일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박태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평가와 개선 방향’

2) https://www.khnp.co.kr/board/BRD_000193/boardView.do?boardSeq=71182

3)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sovereign_states_and_dependent_territories_by_mortality_rate

4) https://en.wikipedia.org/wiki/Nuclear_decommissioning

5) 연료 단위 질량당 열에너지 방출량은 석탄에 비해 천연 가스가 높고, 연료 단위 질량당 이산화 탄소 배출량은 석탄이 천연 가스에 비해 높다는 분명한 사실을 생각하면, 석탄 대신 천연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 가스 배출이 많아진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6)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e/e4/Renewable-energy-consumption-1965-2016.svg/1280px-Renewable-energy-consumption-1965-2016.svg.png

7)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이산화탄소가 문제인 것은 질이 아니라 양이다.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