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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 3.0시대를 준비하자

현안과정책 255호

글/탁용달 (한국자산관리공사 북한학 박사)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내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남북경협 구상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제재라는 현실과 구체적인 실현방안과 현실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들이 부재한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남북경협은 1988년 7.7특별선언을 통해 북한과의 교역을 허용한 것에서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과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교역 규모도 커졌고 경협방식도 변화되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인해 경협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대북제재 이후 남북경협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북경협은 동북아 차원에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도 경제협력에 대한 유인이 큰 상황이다. 한국경제 차원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경협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을 추진하게 된다면, 과거 경협에서 보여주었던 배타적인 양자거래의 해소, 북한의 경제적 정상화 지원, 경제적 동기의 강조가 필요하다. 소위 남북경협 3.0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남북한 공동번영의 원칙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 나아가 중소기업 중심의 ‘남북경협 모델’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또한,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으로 남북경협을 활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 논의의 르네상스 시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변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세 번의 남북한 정상이 만났고 적대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기도 했다.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졌으며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증가했다. 지난 1월 1일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한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이후 가능한 다양한 경제협력 구상을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제안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제협력 아이디어와 정책제안 등을 내놓으면서 소위 ‘남북경협 논의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남북한 경제협력 구상은 말 그대로 구상일 뿐 구체적인 사업방향과 수익성 제고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균형발전과 경제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중장기적 비전보다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협을 희망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려면 대북제재라는 현실적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당장 남북경협을 추진하고자 해도 부족한 북한지역 경제 인프라와 낮은 수준의 구매력 그리고 투자자산 보호와 같은 국제적 비즈니스 관례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한반도 평화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국민의 인식과 평가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에게 남북경협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중소기업인의 74.5%가 남북경협이 한국경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중소기업에도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하는 비율도 65%에 달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은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대중소기업간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비경제적인 남북한 경제협력

  남북경협은 한국 정부가 1988년 「7.7특별선언」 이후 「남북물자교류에 관한 기본지침서」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교역을 허용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1990년 「남북교류협력에관한 법률」과 「남북협력기금법」 제정 이후 남북경협의 법적 근거와 지원제도 등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협 초창기에는 민간기업 중심의 물자교류와 위탁가공교역이 이뤄졌고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평양인근에 직접투자도 했었다. 교역규모도 1991년 1억 천만 달러 수준에서 1999년 3억 3천만 달러로 약 10년의 기간 동안 3배 수준으로 커졌다. 그 당시 남북경협을 평가해보면 경협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목표도 있었지만 그보다 경협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비경제적 긍정효과를 기대한 측면이 더 컸다. 또한 각종 법률을 제정하면서 남북경협의 제도화 토대를 마련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급변했다. 남북정상회담이후 개성공단 조성을 계기로 과거와는 다른 규모와 방식을 보여주었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4대 경협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경협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또한 개성공단 가동으로 남북교역 규모가 급증했으며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으로 남북경협을 위한 제도화 수준에서 진전을 이뤘다. 교역규모 또한 2001년 4억 달러 수준에서 2007년 18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계기로 관광이 중단되었다. 이후 2010년 천안함사건 발생 이후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진했다. ‘5.24조치’로 불리는 제재 조치로 북한지역에 대한 신규투자가 불가능해졌으며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협업체가 고사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북한제재를 목적으로 시작한 ‘5.24조치’가 남한기업을 어렵게 하는 ‘경제제재의 역설’이 발생했다. 그 당시 한국정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경협기업에 제공되었던 특별대출이 상환되지 못하고 부실화된 비율을 보면, 2008년 0.85% 수준에서 2009년 3.5%로 약 4배 이상 급증했고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남북협력기금 연도별 부실채권 비율

(단위 : 백만원, %)

구 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채권(전체)

127,840

144,961

183,857

229,104

222,514

223,732

부실채권

959

2,839

1,660

1,885

1,883

7,823

부실채권 비율(%)

0.75

1.96

0.90

0.82

0.85

3.50

구 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8

채권(전체)

244,917

235,205

238,158

283,726

288,836

270,943

부실채권

7,865

7,978

11,042

13,541

14,939

18,157

부실채권 비율(%)

3.21

3.39

4.64

4.77

5.17

6.70

주 : 2016~2018년 자료는 미공개

자료 : 통일부·수출입은행, 2015년도 국정감사 제출 자료


  더욱이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0개 기업과 5천여 개에 이르는 협력기업과 거래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자체 피해액 추산결과 약 8천억 원에 이르는 직접피해와 영업 손실과 같은 무형의 손실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간 남북경협을 돌이켜보면 경협 과정에서 남북한만이 참여하는 것에 머물렀다. 소위 ‘배타적 양자거래’만 이루어졌다. 경협 대상자인 북한이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비정상적인 국가였다. 또한 경협 과정에서 ‘비경제적 동기’가 중요했고 강조되는 문제를 보여주었다.

  남북경협은 말 그대로 남한과 북한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이지만, 다양한 해외투자자를 유치하는 일반적인 경제협력과는 다른 상황으로 진행되어왔다. 또한 북한은 1970년대 도입한 차관을 현재까지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투자 유치를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하는 중장기적인 투자와 협력사업 보다는 단순한 상품교역이나 임가공 수준의 협력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남북경협의 관행을 보면, 경협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기 보다는 남북관계 관리, 한반도 평화 증진 및 남북한 간 이질감 해소라는 긍정적 외부효과들이 남북경협의 주요한 동력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적 유인보다는 비경제적 유인이 더 큰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의 주요한 유인인 경제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측면을 조금은 간과했던 것이 현실이다.


남북경협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

  남북경협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남북한의 경제상황은 남북경협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남북을 둘러싼 동북아 경제적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상호의존성은 증가했다. 따라서 소위 ‘코리아리스크’라는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 해소가 남한과 북한을 넘어 동북아차원의 과제로 등장했다.

  북한의 내부사정을 보면,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 김정은시대 북한은 경제특구를 통한 발전전략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에 소위 ‘북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설득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투자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투자를 유지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한편 북한의 경제상황을 보면 ‘경제적 버티기(Economic Muddling)’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수준의 경제유지나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주요한 마중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시장화와 확산으로 외부로부터의 재화와 서비스 의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남한과의 경제협력 활성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계획경제 시스템 붕괴로 시장적 요소의 결합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남북경협도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에게 중요한 정책적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한은 경제성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및 내수기반 산업들에 대한 신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정체상태를 넘어 퇴보의 갈림길이며, 저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남북경협’이 주요한 대안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투자와 남북한 간 경제협력은 일자리, 성장, 내수 진작의 측면에서 주요한 경제발전 경로일 수 있다. 내수산업 및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남북경협 활성화를 도모한다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제는 중소기업 중심의 남북경협을 준비하자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한반도비핵화 진전여부에 따라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협을 통해 창출되는 경제적 이익이 중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일 수 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중소기업 중심의 특화된 ‘남북경협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특정산업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민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동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경협을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소위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남북경협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에서 실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남북경협은 기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청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독자적인 성장전략 추진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은 동북아 차원의 가치사슬(Value-Chain) 관점에서 보면 상당기간 단절된 상태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한의 가치사슬이 상호 연결되고 가치사슬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것이 가능하다. 저개발 상태인 극동과 동북 3성 그리고 여러 CIS국가들과의 연계는 섬과 같이 고립된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남북경협 3.0시대를 준비하며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사업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초창기 남북경협은 남북관계 개선과 안정화라는 다소 정치적인 목적으로 접근했고, 법제도적인 안정성도 부족했다. 하지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가동이 이루어지면서 남북경협의 양상은 변화했다. 하지만 과거 남북경협을 보면 배타적인 양자 간의 관계, 비경제적 부문의 개입, 법적・제도적 안정성이 부족했다. 따라서 새로운 차원의 남북경협이 모색되어야 한다. 소위 ‘남북경협 3.0’시대에 걸맞은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의 국제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함으로써 남북경협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북한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태인 북한을 국제경제시스템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국제금융시장으로의 편입을 지원한다던가, 무역, 투자 및 외환거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례로 한국의 금융시스템(예금자보호, 부실채권 처리 등)을 모듈화 하여 북한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의 정치적 리스크 해소를 위한 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남북한 간 경제협력협정 체결을 통해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경협보험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존의 경제적 리스크는 철저하게 기업이 부담하는 구조로 정상화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남북협력기금의 대북 교역 및 투자자금 대출 기능은 과감하게 중단하고 민간은행으로 역할을 이전함으로써 남북협력기금의 설치 목적인 남북협력을 위한 정책적 기능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과거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번갈아갔던 시대를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될 남북경협은 남북한의 공동번영의 원칙이 충실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또한 경제적으로 정상국가화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한 공동정책의 실험공간’으로서 남북경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경협을 통한 남북한의 균형발전과 경제통합을 고려한 다양한 협력방안이 통일을 앞당기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