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과정책 336호
글/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코로나 팬더믹은 보건의료와 개인의 자유, 그리고 경제라는 세 개의 중요한 이슈가 부딪치는 사건이다.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하는 미국에서, 공화당은 특히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시장 경제에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는 것도, 봉쇄령(lockdown)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미디어에서 전하는 대선 과정과 결과 역시 코로나 팬더믹이 중심에 있다. CNN을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사 네트워크와 언론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팬더믹 통제 실패를 중심에 두었고, 폭스뉴스와 일부 경제신문만이 경제의 관점에서 코로나 팬더믹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국 대선의 처음과 끝은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러스트 벨트에서 지난 선거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도, 우편 투표때문에 여전히 시끄러운 것도 그 배경은 코로나 팬더믹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미국의 대선 전후 상황을 현장에서 전한다.
우리는 지역 개념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개념이 기본적으로 설정된 공간의 개념이지만, 미국은 국가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공간 개념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우리나라는…”이지만, 미국인은 “우리 주에서는…”이 일반적인 것 같다. 지역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긴 미국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LA까지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서울에서 대만, 홍콩, 베트남을 지나 태국 방콕까지 가는 거리이니 미국의 한 주를 한 나라로 생각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살아 본 분은 알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렇더라…”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잘 알 수 있다. 주마다 다른 법과 규제, 그리고 삶의 방식 때문에 어떤 이슈를 미국이라는 국가 개념으로 묶어서 얘기 하는 게 통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현장’의 대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경험의 문제도 있다. 언론사 특파원이라고 파견되어봤자, 기껏해야 미국 미디어만 들춰볼 뿐이지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취재를 해서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기사를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현장'이라는 제목을 다는 것은 건방지게 보이기도 하다. 게다가 코로나 팬더믹때문에 거의 8개월 째 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이제까지 발간된 이슈페이퍼와는 달리 철저히 주관적인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 그저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에 사는 미디어 전문가가, 대선 전후의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CNN, CNBC, MSNBC와 지역 뉴스를 거의 하루 종일 보며 느낀 미국의 대선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래도 이 글에 조금 더 값어치를 매긴다면, 미국 남부의 작은 대학도시인 아칸소주(공화당 강세)의 페이터빌과 미국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뉴욕주(민주당 강세)의 맨하탄, 그리고 미시간주(민주당 강세)와 오하이오주(스윙 스테이트) 등의 대학과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지냈다는 것. 그리고 가족처럼 지내는 두 미국인 멘토가 있는데, 한 가족은 민주당(현직 교수님), 다른 가족은 공화당(은퇴한 ICT 샐러리맨) 지지자라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이번 대선에서 두 정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 자기 위안을 해보며 글을 시작해 본다.
총기 소지는 나의 자유! 이런 나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필자가 있는 곳은 미국 미시간의 주도인 랜싱(Lansing)이 속해 있는 인구 30만 명의 잉햄 카운티(Ingham County)이다. 이렇게 작은 도시가 지난 4월에 한국의 언론에 크게 소개된 적이 있다. 주정부의 코로나 봉쇄령(lockdown)에 반발한 시민들이 총기를 소지한 채 주의회에 난입했는데, 이 소식을 뉴스로 들은 한국에 있는 지인이 카톡을 통해 안부를 물어온 것이었다. 바로 그 의사당이 있는 곳이 잉햄 카운티이다. 당시 시위에 나온 인원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로 총기뿐만 아니라 극우의 상징인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를 흔들고, ‘주지사를 탄핵하라(Impeach Whitmer)’, ‘빌 게이츠는 악마다(Bill Gates is Evil)’와 같은 손팻말을 들고 비오는 오후 내내 집회를 진행했다.
<그림 1> 주정부의 코로나 봉쇄령에 반발한 시민들. 출처: 디트로이트 뉴스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현재 미시간주 법은 정부 건물 안에서 정치 구호와 같은 글이 담긴 손팻말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1].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법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법의 취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손팻말을 금지 시킨 이유가 이 팻말로 인해서 벽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다른 용도(폭력 등)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니 웃음도 안 나온다. 주의회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수년 전부터 손팻말은 허용하되 총기 소지는 불법으로 하려는 법개정을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기에 이르렀다. 미시간주 의회는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1조)보다 총기 소지의 자유(수정헌법 2조)를 더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총기 소유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권리로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개인의 안위를 정부가 지켜주지 못한다는 230여 년 전의 관념이 지금은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다는 관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화당의 관점이다. 미국에서 그렇게 많은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서도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규제가 왜 못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고, 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났을 때, 선생님이 총기를 갖고 있었다면 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며 선생님이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이기도 하다[2]. 이것이 바로 공화당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적대시 한다. 미시간 주지사가 모든 영업활동을 금지한 재택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총기를 들고 시위를 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개인의 경제적 활동 행위를 금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이 빠지지 않는다. 수정헌법 2조를 운운하며 미시간주를 콕 집어 ‘해방'시키라고 트윗을 날린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시간 주법원은 이러한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봉쇄령을 해제시켰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이다. 정부가 내 몸에 무엇인가를 강제하는 것은 내 자유에 반한다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은 총기 소유 허용 이슈와 같이 바로 미국 역사 속에 스며든 개인의 자유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지난 4월경에 베트남 참전 용사이기도 한 이웃에 사는 60대 은퇴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마스크 착용을 원하지 않는 미국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핵심은 정부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걸려도 내가 걸리는 것이니 상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나의 계속된 질문에 미국인 특유의 어깨를 들썩거리며 답변을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이 아픈 것으로 끝나면 상관없지만, 당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전염될 수 있는 데 이것은 이웃과 지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 아닌가요? 건강한 시민으로 우리는 개인뿐만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를 지켜야 할 의무도 있는 것 아닌가요?"
미 대선의 처음과 끝, 코로나 팬더믹
트럼프 현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러스트 벨트를 뺏긴 것도, 우편 투표 사기를 주장하는 것도 결국 코로나 팬더믹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무엇보다도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는 캠페인 메시지를 코로나 팬더믹으로 단순화했다. 이미 2월부터 사안의 심각함을 알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과 국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메시지로 단순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CNN과 MSNBC, 뉴욕타임스는 3월부터 모든 핵심 뉴스를 코로나 팬더믹에 두었다. 3~4월에는 대통령과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상반된 리더쉽을 부각시키더니, 5월이 넘어서는 대책 없이 봉쇄령을 해제하는 것에 대한 위험과 경고, 7월에는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보건 전문가인 파우치(Anthony Fauci)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과의 갈등,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시작한 6월부터 9월까지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무시하는 대통령과 지지자의 행태 비판[3], 그리고 10월에는 대통령의 코로나 양성 진단과 관련된 뉴스를 쏟아냈다.
대선이 끝난 현재, 확진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코로나 팬더믹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주에서 보이는 신규 확진자 숫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팬더믹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선거일에 가까워지면서 코로나 팬더믹은 메인 뉴스로 취급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매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하여 앤써니 파우치 소장과 로버트 레드필드(Robert Redfield)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테픈 한(Stephen Hahn) FDA 국장, 그리고 백악관 코로나19 TFT 조정관 데보라 벅스 (Deborah Birx) 박사 등이 현 상황과 앞으로의 대처 상황 등을 일일이 알리며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했던 것에 비해, 대선에 가까워지면서는 그저 매일 증가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만이 전달될 뿐, 그 이상의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우치 박사는 8월 성대 수술 때문에 쉬고 있었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레드필드와 한, 벅스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미미해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코비드 팬더믹이 없었다면 이번 대선 결과는 어땠을까? 만약 트럼프 정부가 코비드 팬더믹에 대한 대처를 한국의 반만이라도 따라왔다면 어땠을까? 경합주였던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의 득표율 차이가 0.3%, 위스콘신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각각 0.7%와 0.8%였는데,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득표율 차이는 쉽게 뒤집혀지지 않았을까? 이 글을 마무리 한 11월 11일 기준,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고인 142,860명, 그리고 사망자 수는 1,431명이다.
말썽 많은 우편 투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우편 투표의 문제점 역시 코로나 팬더믹이 배후에 있다.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인데, 22개주와 워싱턴 DC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투표장에 가지 못하는 유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유권자의 소중한 선택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참고로 노스다코다주, 알라스카주, 아이오와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 등 공화당 강세 주 역시 이러한 규정을 채택했기 때문에, 선거일 이후에도 우편 투표를 인정하는 것이 바이든 지지를 위한 민주당 주지사의 꼼수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부정이 있음을 주장하며 자신이 패배한 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 중이다. 그렇다면 우편 투표가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시간의 예로 설명해볼까 한다. 우편 투표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등록부(Qualified Voter File)에 등록되어야 한다. 이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 투표를 신청하면, 투표지가 요청 장소로 배달이 되고, 유권자는 투표와 서명을 한 후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를 삼는 것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의 불법성과 우편 투표에 가짜 서명을 한 부정 투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합당한 것인가? 먼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의 합법성 여부는 전적으로 각 주에서 진행된 절차의 적법성 여부에 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므로 각 주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인단을 파견하기 때문에 주에서 결정한 결과 자체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절차적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살펴보는데, 연방 대법원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주 대법원이 판결한 결과를 모두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림 2> 부정 투표를 주장하는 네바다주의 공화당원. 출처: 폭스뉴스 캡처
두번째는 부정 투표이다. 우편 투표의 진위 여부는 유권자 서명으로 한다. 우편 투표에 작성한 서명을 유권자 등록부에 있는 서명과 비교를 하는데, 만일 이 때 서명(style of the handwriting)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투표로 인정받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서명이 일치하지 않아서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8월에 있었던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10,694표가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2,225표가 서명이 안 되어 있거나 일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 판정이 된 것이다. 당시 우편 투표가 약 160만 표였으니, 서명 때문에 무효가 된 표는 약 0.14%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재검표를 하든, 우편 투표의 진위 여부를 가리든 결과를 뒤집기는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부정 투표 사례가 실제로 보고 된 경우가 극히 일부이고, 설령 수개표로 일일이 확인한다고 해도, 위스콘신주에서 2만 여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5만 4천 여표, 미시간에서 14만 8천여표의 차이가 나는데 이를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참고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조지아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는 포함하지 않고, 이 세 개의 주에서만이라도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270표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현재 상황으로 노스 캐롤라이나주만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 지역이다.
미디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가?
선거일부터 다음날까지, 방송사는 플로리다주부터 시작해서 조지아주, 노스 캐롤라이나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에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양 후보간 격차가 작고, 우편 투표라는 변수가 있어서 그런지, 그래픽으로 만들기도 전에 리포터가 전하는 순간순간에 인터액티브 TV에 직접 손으로 숫자를 써가며 투표 차이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보도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격전지를 보도하는 CNN을 포함한 주류 방송사와 폭스뉴스의 관점의 차이였다. 가령 조지아주의 애틀란타나 펜실베이니주의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그리고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의 우편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CNN은 이러한 도시에서 지난 2016년 투표 결과와 2020년 개표 결과를 통해 우편 투표 결과를 7:3에서 8:2 정도로 바이든 후보가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설 확률이 높다고 지속적으로 해설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 뉴스는 CNN이 아니라 폭스뉴스라고 칭송할 정도로 트럼프 정부 시절,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미디어인 폭스뉴스는 다른 미디어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보냈다. 가령, 단 몇시간 만에 양 후보 간 큰 격차(개표 90%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있었다)가 이렇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의문을 제시한 것이다.
<그림 3> 경합주의 카운티를 시간 별로 분석하는 CNN. 출처: CNN 캡처
이후 폭스뉴스가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투명성(transparency)’이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저널리스트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Tucker Carlson)과 션 해니티(Sean Hannity)는 아직까지도 투명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어디 갔는가 통탄하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 미디어가 무엇을 숨기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적절한 패널리스트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대표주자는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20년 전 부시와 엘 고어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을 맡은 당사자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에 재검표를 할 때 민주당 표가 여기저기서 뭉텅이로 나타나곤 했다”라고 하며 무언가 의심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폭스뉴스가 경합지역인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그 어떤 미디어보다 먼저 예측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12일 현재 아직도 애리조나의 당선자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데, 폭스뉴스는 개표가 73% 진행된 3일 밤 11시 30분에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승리를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서 난리가 난 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선거 이후 폭스뉴스는 잠시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바이든 후보의 수락 연설 이후 8일부터 부정 선거에 대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 중이다. 폭스뉴스에서 보여주는 부정 선거 주장은 한국의 데자뷔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과 금년 4월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자리를 안겨준 21대 총선 이후에도 낙선한 일부 의원과 지지자들은 부정 선거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러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케일이 다르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주장한다. 그것도 중요한 증거도 없이. 부정 선거를 의미하는 트윗을 날리자 5일부터 폭스뉴스에서는 네바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부정 선거임을 주장하는 공화당원들의 주장을 매시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심지어 네바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그리고 애리조나주의 공화당원들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에 대한 주장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했다. 동시간에 이러한 주장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방송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폭스뉴스를 빼고는 모두 형편없는 언론사로 볼만도 하다. 이들 방송사에서는 평화적인 정권 이양만 주구장창 이야기하니 말이다. 2016년 오바마 전대통령이 트럼프 당시 당선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틀며 CNN은 정말! 하루 종일 평화적 정권 이양을 해야 한다는 말만 한다.
미국 선거가 미디어와 관련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아닐까?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미국의 미디어는 선거 전에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다. 또한 개인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언제 어디에서건 공개하는 것을 금기 시 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한 장면을 소개해본다. 선거 당일 CNN에서 실시간으로 오하이오주에 있는 한 투표장을 연결해서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기자: “이번에 우편 투표를 많이 했는데, 왜 당신은 투표장까지 왔습니까?”
시민: “누구를 찍을지 어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아, 그럼 누구를 찍으실 건가요?”
시민: “바이든 후보를 찍을 겁니다”
기자: “혹시 바이든 후보가 어느 당인지 아십니까?”
시민: “민주당입니다”
대선 당일, 투표장에서 나눈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기간의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사의 지지후보 공표를 금지하고, 방송 인터뷰에서 개인의 지지후보 공개를 금기시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재고해야 한다. 개인의 알 권리와 표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더믹은 보건의료와 개인의 자유, 그리고 경제라는 세 개의 중요한 이슈가 부딪치는 사건이다. 코로나라는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경제 행위를 제한하는 정책,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라는 질병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정책, 그리고 경제 위기에 빠지지 않게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정책 중 무엇이 최선책이었을 지는 역사가 밝힐 것이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팬더믹 상황에서 적절한 자유의 제한이 질병 만연과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경험적으로 판단할 뿐이다. 앞으로 더욱 연구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전염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자유도 좋고, 경제 회복도 좋지만, 내 가족과 이웃이 병들어 아파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사람은 없다.
연일 발송하는 주정부의 코로나 팬더믹 안내 문자는 날이 갈수록 내용이 심각해진다. 미시간주의 병실은 한계에 다다랐고, 의료진은 부족하며, 학교를 두 학기 째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육체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나 역시 8개월째 집에만 머물며, 단 한 번의 외식을 하지 못한 채, 기껏해야 장보고, 음식 픽업하고, 공원까지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유일한 외부 활동일 정도로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곳 상황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자가 된 후 코로나바이러스 통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일등 공신(?)인 코로나 팬더믹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바이든 당선자의 치적이 평가될 것이다.
[3]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때문에 3만명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를 발생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Bernheim, B. D., Buchmann, N., Freitas-Groff, Z., & Otero, S. (2020, October). The Effects of Large Group Meetings on the Spread of COVID-19: The Case of Trump Rallies. In Nina and Freitas-Groff, Zach and Otero, Sebastián, The Effects of Large Group Meetings on the Spread of COVID-19: The Case of Trump Rallies (October 30, 2020).
현안과정책 336호
글/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코로나 팬더믹은 보건의료와 개인의 자유, 그리고 경제라는 세 개의 중요한 이슈가 부딪치는 사건이다.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하는 미국에서, 공화당은 특히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시장 경제에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는 것도, 봉쇄령(lockdown)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미디어에서 전하는 대선 과정과 결과 역시 코로나 팬더믹이 중심에 있다. CNN을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사 네트워크와 언론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팬더믹 통제 실패를 중심에 두었고, 폭스뉴스와 일부 경제신문만이 경제의 관점에서 코로나 팬더믹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국 대선의 처음과 끝은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러스트 벨트에서 지난 선거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도, 우편 투표때문에 여전히 시끄러운 것도 그 배경은 코로나 팬더믹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미국의 대선 전후 상황을 현장에서 전한다.
우리는 지역 개념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개념이 기본적으로 설정된 공간의 개념이지만, 미국은 국가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공간 개념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우리나라는…”이지만, 미국인은 “우리 주에서는…”이 일반적인 것 같다. 지역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긴 미국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LA까지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서울에서 대만, 홍콩, 베트남을 지나 태국 방콕까지 가는 거리이니 미국의 한 주를 한 나라로 생각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살아 본 분은 알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렇더라…”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잘 알 수 있다. 주마다 다른 법과 규제, 그리고 삶의 방식 때문에 어떤 이슈를 미국이라는 국가 개념으로 묶어서 얘기 하는 게 통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현장’의 대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경험의 문제도 있다. 언론사 특파원이라고 파견되어봤자, 기껏해야 미국 미디어만 들춰볼 뿐이지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취재를 해서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기사를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현장'이라는 제목을 다는 것은 건방지게 보이기도 하다. 게다가 코로나 팬더믹때문에 거의 8개월 째 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이제까지 발간된 이슈페이퍼와는 달리 철저히 주관적인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 그저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에 사는 미디어 전문가가, 대선 전후의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CNN, CNBC, MSNBC와 지역 뉴스를 거의 하루 종일 보며 느낀 미국의 대선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래도 이 글에 조금 더 값어치를 매긴다면, 미국 남부의 작은 대학도시인 아칸소주(공화당 강세)의 페이터빌과 미국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뉴욕주(민주당 강세)의 맨하탄, 그리고 미시간주(민주당 강세)와 오하이오주(스윙 스테이트) 등의 대학과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지냈다는 것. 그리고 가족처럼 지내는 두 미국인 멘토가 있는데, 한 가족은 민주당(현직 교수님), 다른 가족은 공화당(은퇴한 ICT 샐러리맨) 지지자라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이번 대선에서 두 정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 자기 위안을 해보며 글을 시작해 본다.
총기 소지는 나의 자유! 이런 나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필자가 있는 곳은 미국 미시간의 주도인 랜싱(Lansing)이 속해 있는 인구 30만 명의 잉햄 카운티(Ingham County)이다. 이렇게 작은 도시가 지난 4월에 한국의 언론에 크게 소개된 적이 있다. 주정부의 코로나 봉쇄령(lockdown)에 반발한 시민들이 총기를 소지한 채 주의회에 난입했는데, 이 소식을 뉴스로 들은 한국에 있는 지인이 카톡을 통해 안부를 물어온 것이었다. 바로 그 의사당이 있는 곳이 잉햄 카운티이다. 당시 시위에 나온 인원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로 총기뿐만 아니라 극우의 상징인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를 흔들고, ‘주지사를 탄핵하라(Impeach Whitmer)’, ‘빌 게이츠는 악마다(Bill Gates is Evil)’와 같은 손팻말을 들고 비오는 오후 내내 집회를 진행했다.
<그림 1> 주정부의 코로나 봉쇄령에 반발한 시민들. 출처: 디트로이트 뉴스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현재 미시간주 법은 정부 건물 안에서 정치 구호와 같은 글이 담긴 손팻말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1].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법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법의 취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손팻말을 금지 시킨 이유가 이 팻말로 인해서 벽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다른 용도(폭력 등)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니 웃음도 안 나온다. 주의회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수년 전부터 손팻말은 허용하되 총기 소지는 불법으로 하려는 법개정을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기에 이르렀다. 미시간주 의회는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1조)보다 총기 소지의 자유(수정헌법 2조)를 더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총기 소유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권리로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개인의 안위를 정부가 지켜주지 못한다는 230여 년 전의 관념이 지금은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다는 관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화당의 관점이다. 미국에서 그렇게 많은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서도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규제가 왜 못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고, 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났을 때, 선생님이 총기를 갖고 있었다면 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며 선생님이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이기도 하다[2]. 이것이 바로 공화당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적대시 한다. 미시간 주지사가 모든 영업활동을 금지한 재택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총기를 들고 시위를 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개인의 경제적 활동 행위를 금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이 빠지지 않는다. 수정헌법 2조를 운운하며 미시간주를 콕 집어 ‘해방'시키라고 트윗을 날린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시간 주법원은 이러한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봉쇄령을 해제시켰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이다. 정부가 내 몸에 무엇인가를 강제하는 것은 내 자유에 반한다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은 총기 소유 허용 이슈와 같이 바로 미국 역사 속에 스며든 개인의 자유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지난 4월경에 베트남 참전 용사이기도 한 이웃에 사는 60대 은퇴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마스크 착용을 원하지 않는 미국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핵심은 정부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걸려도 내가 걸리는 것이니 상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나의 계속된 질문에 미국인 특유의 어깨를 들썩거리며 답변을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이 아픈 것으로 끝나면 상관없지만, 당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전염될 수 있는 데 이것은 이웃과 지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 아닌가요? 건강한 시민으로 우리는 개인뿐만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를 지켜야 할 의무도 있는 것 아닌가요?"
미 대선의 처음과 끝, 코로나 팬더믹
트럼프 현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러스트 벨트를 뺏긴 것도, 우편 투표 사기를 주장하는 것도 결국 코로나 팬더믹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무엇보다도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는 캠페인 메시지를 코로나 팬더믹으로 단순화했다. 이미 2월부터 사안의 심각함을 알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과 국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메시지로 단순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CNN과 MSNBC, 뉴욕타임스는 3월부터 모든 핵심 뉴스를 코로나 팬더믹에 두었다. 3~4월에는 대통령과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상반된 리더쉽을 부각시키더니, 5월이 넘어서는 대책 없이 봉쇄령을 해제하는 것에 대한 위험과 경고, 7월에는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보건 전문가인 파우치(Anthony Fauci)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과의 갈등,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시작한 6월부터 9월까지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무시하는 대통령과 지지자의 행태 비판[3], 그리고 10월에는 대통령의 코로나 양성 진단과 관련된 뉴스를 쏟아냈다.
대선이 끝난 현재, 확진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코로나 팬더믹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주에서 보이는 신규 확진자 숫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팬더믹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선거일에 가까워지면서 코로나 팬더믹은 메인 뉴스로 취급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매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하여 앤써니 파우치 소장과 로버트 레드필드(Robert Redfield)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테픈 한(Stephen Hahn) FDA 국장, 그리고 백악관 코로나19 TFT 조정관 데보라 벅스 (Deborah Birx) 박사 등이 현 상황과 앞으로의 대처 상황 등을 일일이 알리며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했던 것에 비해, 대선에 가까워지면서는 그저 매일 증가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만이 전달될 뿐, 그 이상의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우치 박사는 8월 성대 수술 때문에 쉬고 있었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레드필드와 한, 벅스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미미해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코비드 팬더믹이 없었다면 이번 대선 결과는 어땠을까? 만약 트럼프 정부가 코비드 팬더믹에 대한 대처를 한국의 반만이라도 따라왔다면 어땠을까? 경합주였던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의 득표율 차이가 0.3%, 위스콘신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각각 0.7%와 0.8%였는데,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득표율 차이는 쉽게 뒤집혀지지 않았을까? 이 글을 마무리 한 11월 11일 기준,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고인 142,860명, 그리고 사망자 수는 1,431명이다.
말썽 많은 우편 투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우편 투표의 문제점 역시 코로나 팬더믹이 배후에 있다.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인데, 22개주와 워싱턴 DC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투표장에 가지 못하는 유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유권자의 소중한 선택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참고로 노스다코다주, 알라스카주, 아이오와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 등 공화당 강세 주 역시 이러한 규정을 채택했기 때문에, 선거일 이후에도 우편 투표를 인정하는 것이 바이든 지지를 위한 민주당 주지사의 꼼수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부정이 있음을 주장하며 자신이 패배한 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 중이다. 그렇다면 우편 투표가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시간의 예로 설명해볼까 한다. 우편 투표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등록부(Qualified Voter File)에 등록되어야 한다. 이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 투표를 신청하면, 투표지가 요청 장소로 배달이 되고, 유권자는 투표와 서명을 한 후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를 삼는 것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의 불법성과 우편 투표에 가짜 서명을 한 부정 투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합당한 것인가? 먼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의 합법성 여부는 전적으로 각 주에서 진행된 절차의 적법성 여부에 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므로 각 주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인단을 파견하기 때문에 주에서 결정한 결과 자체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절차적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살펴보는데, 연방 대법원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주 대법원이 판결한 결과를 모두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림 2> 부정 투표를 주장하는 네바다주의 공화당원. 출처: 폭스뉴스 캡처
두번째는 부정 투표이다. 우편 투표의 진위 여부는 유권자 서명으로 한다. 우편 투표에 작성한 서명을 유권자 등록부에 있는 서명과 비교를 하는데, 만일 이 때 서명(style of the handwriting)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투표로 인정받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서명이 일치하지 않아서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8월에 있었던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10,694표가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2,225표가 서명이 안 되어 있거나 일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 판정이 된 것이다. 당시 우편 투표가 약 160만 표였으니, 서명 때문에 무효가 된 표는 약 0.14%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재검표를 하든, 우편 투표의 진위 여부를 가리든 결과를 뒤집기는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부정 투표 사례가 실제로 보고 된 경우가 극히 일부이고, 설령 수개표로 일일이 확인한다고 해도, 위스콘신주에서 2만 여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5만 4천 여표, 미시간에서 14만 8천여표의 차이가 나는데 이를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참고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조지아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는 포함하지 않고, 이 세 개의 주에서만이라도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270표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현재 상황으로 노스 캐롤라이나주만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 지역이다.
미디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가?
선거일부터 다음날까지, 방송사는 플로리다주부터 시작해서 조지아주, 노스 캐롤라이나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에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양 후보간 격차가 작고, 우편 투표라는 변수가 있어서 그런지, 그래픽으로 만들기도 전에 리포터가 전하는 순간순간에 인터액티브 TV에 직접 손으로 숫자를 써가며 투표 차이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보도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격전지를 보도하는 CNN을 포함한 주류 방송사와 폭스뉴스의 관점의 차이였다. 가령 조지아주의 애틀란타나 펜실베이니주의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그리고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의 우편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CNN은 이러한 도시에서 지난 2016년 투표 결과와 2020년 개표 결과를 통해 우편 투표 결과를 7:3에서 8:2 정도로 바이든 후보가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설 확률이 높다고 지속적으로 해설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 뉴스는 CNN이 아니라 폭스뉴스라고 칭송할 정도로 트럼프 정부 시절,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미디어인 폭스뉴스는 다른 미디어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보냈다. 가령, 단 몇시간 만에 양 후보 간 큰 격차(개표 90%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있었다)가 이렇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의문을 제시한 것이다.
<그림 3> 경합주의 카운티를 시간 별로 분석하는 CNN. 출처: CNN 캡처
이후 폭스뉴스가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투명성(transparency)’이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저널리스트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Tucker Carlson)과 션 해니티(Sean Hannity)는 아직까지도 투명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어디 갔는가 통탄하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 미디어가 무엇을 숨기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적절한 패널리스트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대표주자는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20년 전 부시와 엘 고어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을 맡은 당사자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에 재검표를 할 때 민주당 표가 여기저기서 뭉텅이로 나타나곤 했다”라고 하며 무언가 의심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폭스뉴스가 경합지역인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그 어떤 미디어보다 먼저 예측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12일 현재 아직도 애리조나의 당선자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데, 폭스뉴스는 개표가 73% 진행된 3일 밤 11시 30분에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승리를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서 난리가 난 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선거 이후 폭스뉴스는 잠시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바이든 후보의 수락 연설 이후 8일부터 부정 선거에 대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 중이다. 폭스뉴스에서 보여주는 부정 선거 주장은 한국의 데자뷔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과 금년 4월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자리를 안겨준 21대 총선 이후에도 낙선한 일부 의원과 지지자들은 부정 선거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러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케일이 다르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주장한다. 그것도 중요한 증거도 없이. 부정 선거를 의미하는 트윗을 날리자 5일부터 폭스뉴스에서는 네바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부정 선거임을 주장하는 공화당원들의 주장을 매시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심지어 네바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그리고 애리조나주의 공화당원들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에 대한 주장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했다. 동시간에 이러한 주장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방송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폭스뉴스를 빼고는 모두 형편없는 언론사로 볼만도 하다. 이들 방송사에서는 평화적인 정권 이양만 주구장창 이야기하니 말이다. 2016년 오바마 전대통령이 트럼프 당시 당선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틀며 CNN은 정말! 하루 종일 평화적 정권 이양을 해야 한다는 말만 한다.
미국 선거가 미디어와 관련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아닐까?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미국의 미디어는 선거 전에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다. 또한 개인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언제 어디에서건 공개하는 것을 금기 시 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한 장면을 소개해본다. 선거 당일 CNN에서 실시간으로 오하이오주에 있는 한 투표장을 연결해서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기자: “이번에 우편 투표를 많이 했는데, 왜 당신은 투표장까지 왔습니까?”
시민: “누구를 찍을지 어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아, 그럼 누구를 찍으실 건가요?”
시민: “바이든 후보를 찍을 겁니다”
기자: “혹시 바이든 후보가 어느 당인지 아십니까?”
시민: “민주당입니다”
대선 당일, 투표장에서 나눈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기간의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사의 지지후보 공표를 금지하고, 방송 인터뷰에서 개인의 지지후보 공개를 금기시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재고해야 한다. 개인의 알 권리와 표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더믹은 보건의료와 개인의 자유, 그리고 경제라는 세 개의 중요한 이슈가 부딪치는 사건이다. 코로나라는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경제 행위를 제한하는 정책,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라는 질병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정책, 그리고 경제 위기에 빠지지 않게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정책 중 무엇이 최선책이었을 지는 역사가 밝힐 것이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팬더믹 상황에서 적절한 자유의 제한이 질병 만연과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경험적으로 판단할 뿐이다. 앞으로 더욱 연구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전염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자유도 좋고, 경제 회복도 좋지만, 내 가족과 이웃이 병들어 아파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사람은 없다.
연일 발송하는 주정부의 코로나 팬더믹 안내 문자는 날이 갈수록 내용이 심각해진다. 미시간주의 병실은 한계에 다다랐고, 의료진은 부족하며, 학교를 두 학기 째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육체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나 역시 8개월째 집에만 머물며, 단 한 번의 외식을 하지 못한 채, 기껏해야 장보고, 음식 픽업하고, 공원까지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유일한 외부 활동일 정도로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곳 상황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자가 된 후 코로나바이러스 통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일등 공신(?)인 코로나 팬더믹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바이든 당선자의 치적이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