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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과 국민의 신뢰

현안과정책 288호

글/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공수처 설치에 대하여 자유한국당 등에서 반대가 심하다. 학계에서도 이미 이러한 찬반 논의가 있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은 최근에도 찬성 의견이 높았다. 오늘날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검찰 스스로의 잘못이 가장 클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검찰의 비독립적 조직과 견제 받지 않는 과도한 권한이라는 제도적 문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패스트랙으로 본회의에 곧 부의될 공수처 법안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안 두 개다. 현재 각 당이 과반수를 점하지 못해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두 법안 모두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갖는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현재의 검찰을 답습할 우려가 있고, 기소와 직접 수사의 분리라는 선진국의 경찰과 검찰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 영장청구권은 가지도록 하고. 기소권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사의 대상 범죄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수처를 비롯한 모든 권력기관의 존폐는 민주적 통제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경찰, 검찰, 법원, 공수처 등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장치의 필요성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수수)에 대하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일부 범죄가 무죄이고, 나머지 범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애초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와 2차 수사를 제대로 하였다면 나머지 범죄도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기소를 할 수 있었고, 법원도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공수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우리와 다르면서도 유사한 이유로 2019년 3월말 뉴욕주는 뉴욕주 검사감독위원회 소속으로 11명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주 산하 62개 지역 검사들의 비윤리적이고 비전문가적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가지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특위는 청문회 개최권, 증인 및 관계자 소환권, 그리고 해당 사건과 관련한 모든 수사기록과 문서 열람권을 갖는다. 우리나라 공수처 반대론과 같이 뉴욕주 검사들은 이 특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기들은 행정부 산하 선출직 공무원임에도 사법부와 입법부가 특위 구성원을 임명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특위 설치 배경에는 검사의 불법적 권한 남용(prosecutorial misconduct)이 있다. 미국 검사들의 불법 행위는 주로 "유죄거래협상"(Plea Bargain)에서 이뤄진다. 이 협상에서 검사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다. 즉 공개재판과 달리 유죄거래협상은 증거 등이 공개되지 않으므로 비윤리적인 검사들은 수사도중 불법 취득한 증거와 또는 증인 압박에 의한 거짓 증언을 변호인에게 숨기면서 피의자에게 유죄거래협상을 압박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생겨났으나 불법을 자행한 검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뉴욕주 의원들이 검사의 부당행위 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 법안을 만들었고 쿠오모 주지사의 승인으로 통과된 것이다.

공수처 설치 찬성과 반대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 방침을 밝혔다. 이후 법무부가 2017년 10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할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자체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전직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지방자치단체장·법관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공수처로 이양하여,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그 취지다.

공수처 설치에 대하여 자유한국당 등에서 반대가 심하다. 학계에서도 이미 이러한 찬반 논의가 있었는데 이를 살펴본다. 

먼저 공수처 설치 주장의 출발점은 공직비리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를 위해서 기존 검찰조직과는 달리 독립된 비리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의 논거는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검찰의 수사권, 기소독점ㆍ편의주의 등 막강한 재량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위원회안도 "특별감찰관제도 등 기존 제도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사실은 국정농단 사건, 검찰간부 비리사건 등에서 입증되었기에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며", "검찰비리는 경찰이 수사하기 어렵고 검찰의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있어 공수처가 검찰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가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임명되므로 높은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정기관의 권력분점으로 경쟁을 높임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부담을 덜고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엄벌하자는 것이다. 즉, 현 특별검사제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기간 한정으로 성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민정수석 사건에서 보듯이, 특별감찰관 제도가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셋째, 검찰비리는 경찰이 수사하기 어렵고 검찰의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있으므로 공수처를 설치하여 검찰비리를 수사 및 기소하는 것이 검찰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검찰 자신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비롯하여 검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검찰 스스로 담당하는 것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동일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넷째, 해외사례를 볼 때 고위공직자에 대한 독립사정기구를 설치하는 경우 사회적 효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 대다수가 공감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수처 설치에 대한 반대 논거들은 주로 찬성 논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공수처 설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반대 논거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현재의 상황은 별론으로 하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부패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 투쟁해 온 검찰보다 더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둘째,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은 법원이 행사하는 것이 헌법상 원칙으로, 법원의 충분히 활용하도록 함이 헌법체계에 부합하며, 셋째, 공수처를 독립된 기구로 상설화하여 검찰과 함께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이 이원화될 수밖에 없는데, 인권을 다루는 국가기관의 업무에 사기업과 같은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수는 없으며,

넷째, 대통령 직속 사정기관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통제에 더욱 주력할 우려가 있고, 독립기구로 설치하더라도 그 장을 선거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임명직으로 하는 경우 여야간 이해관계가 대립하여 임명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며 향후 수사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이 지속적으로 문제될 수 있고,

다섯째,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당한 차별로 평등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으며, 여섯째, 행정작용을 담당하는 기구를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즉 헌법 제86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에 따라 행정각부를 통할하도록 하고 있는 바, 감사원과 같이 직접 헌법에 근거를 두어 예외로 지정되어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행정기능을 갖는 기관을 국무총리의 관할 외에 설치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적 문제점, 실무상 문제점은 물론 이론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므로 공수처 설치보다는 검찰 자체 내 개혁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은 최근에도 찬성 의견이 66.1%, 반대한다는 의견 26.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여론을 비추어 볼 때 공수처의 설치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또 이는 기존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상당히 누적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검찰 스스로의 잘못이 가장 클 것이다. 권력기관인 법원과 검찰의 힘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에는 국민의 신뢰가 자리한다고 볼 수 있는데, 검찰은 정권 등 외압이나 내부의 부조리로부터 비롯된 문제들을 노출시킴으로써 스스로 국민을 실망시켜 온 역사를 반복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검찰의 비독립적 조직과 견제 받지 않는 과도한 권한이라는 제도적 문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었다.  

단일안 마련의 필요성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곧 부의될 공수처 법안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안 두 개다. 현재 각 당이 과반수를 점하지 못해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두 법안 모두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두 법안의 큰 차이는 기소권, 공수처장 임명 부분이다. 백혜련 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도록 했고 최근 수정된 권은희안은 기소권 없이 검찰에 송치고 검찰이 기소하도록 했다. 다만 권은희안에 따르면 검찰이 불기소하면 기소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 두 법안 모두 공수처의 영장청구권은 담고 있지 않다. 현재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기소권 대신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강제수사권인데 강제수사권인 영장청구권이 없는 공수처는 현재의 경찰과 차이가 없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을 수 없다.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갖는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현재의 검찰을 답습할 우려가 있고, 기소와 직접 수사의 분리라는 선진국의 경찰과 검찰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 영장청구권은 가지도록 하고. 기소권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사의 대상 범죄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방안에 대하여 서로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여 본회의 부의 전 단일안 성안 시 이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권력기관과 국민의 신뢰 

공수처가 설립된다면 공수처는 검찰과 비교하여 독립적인 조직과 제한된 권한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적 통제 측면 상 필요한 면이 있지만 공수처도 정치적 또는 권력형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신뢰가 공수처가 정치적 또는 권력형 외압으로부터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를 비롯한 모든 권력기관의 존폐는 민주적 통제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진정한 신뢰는 진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공수처 스스로 되새기고 진실을 왜곡시키지 않는 의지와 신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공수처 시행 이후에도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고, 권력자(특히 대통령)의 간섭에 대한 국민의 꾸준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경찰, 검찰, 법원, 공수처 등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