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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

현안과정책 212호

글/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연구교수)

  언론적폐 청산이 사회적 화두다. 언론지형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린 적폐 청산을 위해 공영방송 정상화는 중요한 과제다. 공영방송이 핵심적 미디어이자 핵심적 공론장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때, 전체 미디어 환경의 질적 제고와 다원성도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구조 및 재원구조, 플랫폼 유형, 궁극의 목적과 편성·편집 철학 등이 상이한 미디어들의 자유로운 경쟁과 상호보완적 관계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서는 어카운터빌리티 이행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어카운터빌리티는 공적규제와 자율규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3의 규제 메커니즘이다. 언론(인)과 시민 사이의 신뢰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율규제’를 지향한다. 실제 사례로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개혁시책들이 있다. 언론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공영방송 스스로가 정책적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성찰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의 중심에 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1)투명성과 공개성의 제고, (2)저널리즘 교육의 내실화 및 제도화 등 두 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1. 한국언론, 무엇이 문제인가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으로 세계 언론의 뉴스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36개국 전체에서 ‘신뢰한다’는 응답(43%)이 ‘불신한다’는 응답(25%)보다 많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불신한다’는 응답(27%)이 ‘신뢰한다’는 응답(23%)보다 많다. 언론보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36개국 중 36위다.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가 2018년 1월에 발표한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38개국 국민들 중 52%가 자국 언론보도는 ‘공정하다’고 응답했고, 62%가 ‘정확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조사결과는 그 반대다.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72%로 ‘공정하다’는 응답(26%)보다 약 2.7배 많았다. ‘정확하지 않다’는 응답 62%는 ‘정확하다’는 응답(35%)보다 약 두 배 많은 수치다. 자국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한 인식 모두 38개국 중 37위다.

  언론보도의 공정성이나 정확성에 대해서는 보다 정치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 평가 역시 어떤 기준과 관점에 근거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보도의 공정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평가, 그리고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할 만큼 부정적이라는 결과는 매우 심각한 문제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은 ‘언론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민심과 맞닿아 있다. 국내 언론은 촛불 민주주의 과정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혀 내고 촛불민심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의 대상 중 하나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적폐란 무엇을 말하는가? 언론적폐의 본질과 그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 중 하나가 ‘세월호 언론보도’다.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라고 일컬어지기도 한 당시 언론보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취재 보도 관행과 받아쓰기 저널리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자실·기자단 문화, 각종 오보의 남발은 물론 끊임없이 제기되는 왜곡 조작 보도 의혹, 권력 편향적인 경향성, 정확성보다 속보성에 치중하는 과열경쟁,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이 지적된 바 있다. 사회적 비판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는 언론자유를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특권’으로 인식하는 태도마저 드러냈다.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반성문을 발표했고 재난보도준칙이 새롭게 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보도가 개선되었다거나 복구되었다는 징후는 발견하기 어렵다. 유사한 문제들은 시공간과 이슈를 초월하여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기레기’라는 호칭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적폐(積弊)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여 온 잘못된 관행과 악습, 부패와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언론적폐라는 문제적 현상 역시 그 뿌리가 매우 깊고도 넓다.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무책임한 관행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서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언론 문화로 자리매김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 민낯을 드러내며 폭발한 것이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다.


2. 언론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어찌해야 하는가? 2017년 9월 공영방송 KBS와 MBC 노조는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9년 동안 경영진들의 내부 검열과 통제로 말미암아 제작현장의 자율성이 침해되었고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문제의식이다. 촛불민심과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 속에서 양대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교체되었다. 2017년 12월 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했으며, KBS는 2018년 2월 현재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모두 언론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시민사회의 기대와 요망 속에서 일구어낸 성과다.

  하지만 국내 언론 지형 속에 깊숙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적폐는 비단 공영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미디어 다채널이 현실화되었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SNS까지 가세한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공영방송 KBS와 MBC가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뉴스타파가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소개한 글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전례 없는 국가적 재난”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보도 인력을 보유하고 하루 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보도를 쏟아내는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감시를 했다면 사건은 참사로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권력에 마취당해 입을 다물어 온 공영방송”이 “대한민국을 좌초”시켰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언론적폐 청산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당면 과제가 공영방송 정상화에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면 언론적폐는 청산될 수 있는가? 9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한국 언론 지형 속에 뿌리 내리고 있는 각종 문제들과 부정적 관행들에서 자유로운, 공영방송 본연의 정상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가? 공영방송 정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방송법 제4장 43조는 KBS를 ‘국가기간방송’으로 설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4조에서는 KBS의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규범적 가치와 이념에 가깝기 때문에 매우 추상적이다.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범적 가치와 이념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각 방송사들은 스스로의 정체성과 목적을 천명하고 있다. KBS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국가기간방송”이자 “대표공영방송”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 환경 감시 및 비판, 여론형성,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모든 시청자가 지역과 주변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며, “내부혁신을 바탕으로 고품위 고품격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MBC는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를 대주주로 두고 경영은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공영방송사”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방송 활동의 핵심 목적으로 “방송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재미와 감동을 창조한다는 목표 아래 공정성과 신뢰성, 창의성과 전문가 정신을 통한 고객만족이라는 핵심가치” 추구를 표방하고 있다. KBS와 MBC가 각각 천명하고 있는 정체성과 목적은 공영방송 스스로의 다짐인 동시에 시청자시민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그 다짐과 약속 역시 방송법 규정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사실이지만,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 그리고 적폐청산의 대상에 이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그 다짐과 약속들을 현실 속에서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

  공영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은 기업적 속성과 상업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사영)방송과 차별화되는 제도적 형식이며, ‘공공 서비스’ 또는 ‘공공의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공공 서비스 또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역시 추상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성찰함에 있어서 영국의 미디어 학자 커런(J. Curran)이 제시한 민주적 미디어 시스템 모델(Model of Democratic Media System)은 유용하다. 이 모델에서는 ‘핵심미디어(Core Media)’를 미디어 환경의 중심에 놓고 그 주변에 ‘사적기업부문(Private Enterprise Sector)’, ‘시민미디어부문(Civic Media Sector)’, ‘전문직미디어부문(Professional Media Sector)’, ‘사회적시장부문(Social Market Sector)’ 등 네 가지 유형의 미디어를 배치했다. 핵심미디어에게는 핵심적 공론장(the Core Public Sphere)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핵심적 공론장의 역할은 ①시민들이 다양한 견해에 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액세스를 개방하고, ②뉴스, 시사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사회적 목적과 공익을 달성해 가기 위한 구조를 구축하며, ③공적 토론의 장에서 경제적 이유로 배제되는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액세스할 수 있는 핵심미디어로서 핵심적 공론장의 역할 수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적 형식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이 모델에서 핵심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다양한 미디어들의 중심에 서서 전체 미디어 환경의 건전한 ‘승수효과’를 주도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구조 및 재원구조, 플랫폼 유형, 궁극의 목적과 편성·편집 철학 등이 상이한 미디어들이 존재하면서 각자에게 부여된 차별적 위상과 역할들 간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핵심미디어로서의 규범적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을 때, 비로소 상업적 미디어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용인될 수 있으며, 상업적 경쟁 과정에서 파생하는 각종 결함을 수정보완하여 전체 미디어 환경의 질적제고와 다원성을 도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조건 속에서 공영방송 역시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지만, 핵심미디어이자 핵심적 공론장로서의 전통적 역할과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공영방송 정상화와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

  공영방송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공영방송 위기론이나 무용론으로 이어진다. 위기의 내용과 본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공영방송의 메카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BBC, 경영재원의 약 96%를 수신료로 충당하는 일본의 NHK 등 공영방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영방송 위기론은 물론, 무용론 그리고 민영화론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한국과 다른 점은 당면 위기의 극복과 정체성의 재구축 그리고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와 실천의 중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다름아닌 ‘공영방송 자신’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일본의 NHK는 제작비 부정지출과 여당 유력 정치가의 압력에 의한 다큐멘터리 수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다. 수신료 납부 거부 건수가 NHK 역사상 최대에 달했고, 채널 축소론과 분할론, 민영화론이 등장했다.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NHK는 각종 개혁시책을 도입하여 실천해 왔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의 적극적 이행이다. 이에 앞서, 공영방송의 어카운터빌리티 이행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되 것은 1970년대다. 당시 영국의 BBC는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폐쇄성과 독단성, 시청취자의 권리 소외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위기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BBC가 당면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핵심 요소로 제기된 것이 어카운터빌리티라는 개념이자 실천이다. 이후 어카운터빌리티는 BBC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자 임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수정개선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카운터빌리티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과 참여민주주의 원리를 사상적 토대로 한 개념이다. 언론에 대한 공적규제와 자율규제의 한계를 수정보완하기 위한 제3의 규제 메커니즘으로 도입되었다. ‘전문직업인(professional)으로서의 언론(인)’과 ‘주권자로서의 시민’ 사이에 신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립하는 사회적 자율규제(social self-regulation)를 지향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이행 과정과 결과를 언론(인) ‘스스로가’ 투명하게 평가하고 공개하여 ‘시민사회 및 이해 관계자’의 납득을 구하면서 그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디어의 내부 지배 구조 개선, 협치(governance), 투명성과 공개성 제고, 팩트체크,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을 지향하는 논의와 실천적 방안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규범적 토대이기도 하다.

  어카운터빌리티라는 규범적 개념과 메커니즘을 도입한 구체적인 사례는 일본 NHK의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NHK가 직면했던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시청자와의 신뢰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개혁시책을 강구하여 제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었다. NHK 개혁시책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 <표>인데, 여러 해를 거치면서 개혁시책의 결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에 이르러서는 수신료 계약 건수 및 수입액 모두 정상궤도를 회복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 NHK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유일의 공영방송이라는 독점적 지위에서 기인하는 매너리즘, 비대화된 조직의 폐쇄적 문화, 친정부적 성향을 보이는 저널리즘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시책을 공표하고 시행하는 동안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개혁 방안을 논의함에 있어서 NHK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NHK가 시청자시민과의 상호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재원의 약 96%를 수신료 수입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독특한 재원구조다. 일본 고유의 사회문화적 속성을 고려하더라도 NHK의 실천적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표>에서 제시한 개혁시책 사례 역시 시청자와의 신뢰네트워크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며 핵심 키워드는 자발성, 투명성, 공개성, 그리고 시청자들과의 소통이다.


<표> NHK 개혁을 위한 주요 시책 사례

주요 시책

주요 내용

NHK정보공개제도를 활성화하여

적극적으로 공개

(온라인/오프라인)

- 경영위원회, 이사회, 감사위원회, 프로그램심의위원회(국내, 국제) 등의 의사록, 각종 경영정보 및 활동 현황과 결과 공개

- 재무제표: 재산 목록,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자본 등 변동계산서/현금 흐름 계산서 및 관련 설명서, 연결재무제표, 수지예산, 사업계획 및 자금계획 및 설명자료 등 공표

- 프로그램 예산 공표 범위를 확장하여 프로그램 장르별 전체 비용 공표. 임직원 금여액, 임원 판공비 등 공표

- 징계처분을 받은 NHK 임직원 공표

- 방송수신계약수 통계(수신료 징수금액과 징수율, 계약 건수와 계약률, 수신료 면제/할인 현황 등)를 각 유형별, 지역별, 월별, 연도별로 공표

- 기타 경영정보, NHK 설치 기구 및 위원회의 활동과 결과 공표

시청자 관점에 의한 NHK 평가위원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두 개의 신뢰, 8개의 지표’ 개발. 이를

토대로 NHK의 방송활동 및 경영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공표

기자교육개혁팀 발족,

기자 재교육 강화

- 저널리스트 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보도윤리 반복 교육.

- 보도 현장의 실제 사례 및 토론 중심의 연수. 현장교육(OJT) 강화

- 지역국에 중견기자 파견하여 연수

- 보도국에 배치된 기자 전원의 저널리스트 연수 참가 의무화

시청자와의 유대 강화

시청자와의 정기적인 만남의 장. 시청자 서비스국, CS(고객만족) 추진위원

회, NHK 하트 플라자 설치 등



4. 공영방송 정상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방송법 개정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법제도 정비, 공영방송 이사회와 경영진 구성 및 선임 구조 개혁, 정치적 독립성 강화와 내적 자유 확보 등 언론적폐 청산과 언론개혁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공영방송 KBS의 재원구조 현실화 및 수신료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도 머지않아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과제와 관련 논의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이자 논의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시민사회와의 신뢰네트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공영방송 스스로가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투명성과 공개성의 제고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저널리즘 교육의 내실화와 제도화이다.

  첫째, 투명성과 공개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이사회의 의사록 및 각종 업무 관련 정보 공개를 포함하여, 방송법에 명기되어 있는 공적책임, 공영방송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 각종 윤리강령과 가이드라인, 방송강령 등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들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혹은 이행하지 못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핵심적 공론장으로서 공익을 추구한다는 규범적 가치, 방송사 스스로가 천명한 목적과 약속의 이행 여부 역시 사회적 도덕적 평가와 검증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질적평가제도의 개선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청률을 중심으로 한 양적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질적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KBS의 공영성지수(PSI; Public Service Index), MBC의 QI(Quality Index), 민영방송 SBS의 ASI(Audience Satisfaction Index),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시청자평가지수(KI; KCC Index) 등이다. 하지만, 각각의 질적평가지수는 프로그램 시청 만족도나 경영평가에 편향되어 있다. 방송법은 물론 스스로가 천명하고 있는 목적과 약속이 얼마만큼 이행되고 있는지를 성찰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조사방식과 유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방송법에서 시청자주권강화를 위한 조항을 두고 있지만, 질적평가제도의 목적과 과정에서 시청자시민은 여전히 ‘주체’가 아니라 ‘대상’에 불과하다. ‘주체’로서 참여 가능한 기회와 방식을 찾아보기 어렵고, 평가 과정과 결과를 얼마만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카운터빌리티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질적평가제도의 목적과 내용, 절차와 방식 등 대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저널리즘 교육의 내실화 및 제도적 실천이다. 저널리즘 교육은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에 입각하여 사회적 책임 이행에 필요한 언론(인)의 전문성 배양을 위해 실시되는 교육 연수 훈련을 말한다. 전문 지식이나 실무적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책임과 어카운터빌리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 이행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각종 윤리강령이나 가이드라인, 심의제도나 고충처리 제도 등의 자율규제 장치들은 그 유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각종 비리나 비윤리적 행위의 폐해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자기방어수단 혹은 은밀한 자기검열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직접적 통제나 간섭보다 위험한 것이 자기검열이다. 따라서 각종 윤리강령이나 가이드라인 등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과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숙지, 자신의 업무와 활동의 본질 및 그 근거와 절차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실천, 자신의 업무와 활동을 평가하고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 배양 등이 모두 저널리즘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언론(인)과 시민 간의 신뢰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회적 자율규제 메커니즘을 작동하기 위한 선행조건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는 공영방송이 시청자시민과의 신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상화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과제일 뿐이다. 공영방송이 곧 경영진은 아니라는 점에서, KBS와 MBC의 경영진 교체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겨우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언론 지형 속에서 축적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악습들이 지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욱 악화되었을지언정,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를 계기로 그 민낯을 드러낸 언론적폐의 본질과 실체의 뿌리는 훨씬 깊고 넓다. 언론적폐와 사회적 불신의 원인을 언론 환경이나 기술의 변화, 정치권력에 의한 유무형의 압력, 경제적 상업적 경쟁 환경 등 외부 요인에서 찾으려 한다면, 사회적 신뢰 회복과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적폐 청산을 위한 성찰과 노력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 대상은 과연 누구 혹은 무엇인지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언론적폐 청산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논의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 스스로가 보다 ‘성찰적’이고 ‘실천적’인 모습으로 그 중심에 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