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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이민정책과 이민청 설립 방안

현안과정책 412호

글/윤인진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은 단일민족·단일문화사회에서 다민족·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에 처한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질서 있는 이민정책을 통해 이민자가 가져다주는 인적, 경제적, 문화적 자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성을 혁신과 창의성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민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효율적인 이민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전담조직이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는 법무부의 외청으로 이민청을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민정책과 관련해서 분산된 여러 위원회를 통합하여 조정위원회 성격의 ‘이민정책통합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민정책은 인구정책, 지역균형발전정책, 경제정책, 문화다양성정책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통합되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 국가발전정책이라는 대주제하에서 장기적인 단위로 기획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와 재설계되어야 한다. 끝으로 이민정책에 관한 일반국민의 여론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이민정책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민정책 관련 대민관계를 강화하여 이민과 이민자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하고,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환기에 놓인 한국의 이민정책


이민자의 증가로 한국은 단일민족, 단일문화사회로부터 급속하게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이민자와 소수민족의 사회권과 문화권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 간의 지체를 ‘다문화 지체’라고 부를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William Ogburn)은 인구변화와 기술발전이 인식과 관습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이로 인해 사회문제와 갈등이 발생하는 현상을 ‘문화 지체’라고 불렀다. 이 개념을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면 한국사회가 다민족화, 다문화화되었지만 한국인의 인식과 사회체제가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선주민과 이주민 간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현상을 ‘다문화 지체’라고 볼 수 있다.1)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적 관습 간의 불일치는 이민 딜레마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민 딜레마는 이민이 인구 감소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불가피한 해결책이지만 이민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문제로 인해 쉽게 수용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한국이 당면한 심각한 미래 위험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한국 정부는 이민자를 한국사회의 정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한다. 이민과 다문화사회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으로 양분되어 있다. 단일민족국가로 남을 것인지, 이민국가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 국론이 분열되어 정부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의 장애물을 넘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부는 과거의 출입국 관리에서 외국인력 활용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이민자 사회통합을 목표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이민자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이 이민자의 인권을 증진하려는 정부 정책은 내국인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외국인에게 선심을 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정부의 이민자 통합정책이 일반대중의 반이민 정서와 충돌하는 상황을 ‘정책 격차’라고 부를 수 있다. 아직 일반 국민의 반수 이상이 한국이 이민국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민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외국인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민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외국인정책이라고 쓰고 이민정책이라고 읽는다고 할 정도로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미래를 선도하는 이민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이민정책

 

과거 한국은 근대화의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발전모델을 모방하는 전략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제는 따라갈 선진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과거 선진국이라고 불렸던 서구 국가들이 얼마나 의료 체계가 허술하고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실하고 일반 국민이 분열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은 경제, 과학기술, 의료, 그리고 한류로 불리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이민정책과 같은 사회 분야에서도 혁신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선도적인 이민정책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 유용한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민정책은 국경관리, 외국인력 유치와 활용, 이민자 사회통합과 같은 중요한 과제들을 포함한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해외인적자원을 유치하고 활용하는 실용적인 목표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제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유학생, 전문기술자, 사업가와 같은 인재가 한국에서 자기의 역량을 발휘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선진국으로서의 국격을 지키기 위해 이민자의 인권보호와 문화다양성 존중과 같은 윤리적인 목표를 실용적인 목표와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책은 여론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는 이치로 정부의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반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대민홍보와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결국 외국인과 이민자가 살기 편하고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내국민도 행복한 선진 한국을 만드는 길이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 이민정책의 비전은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만드는 더 큰 대한민국’, 그리고 이민정책의 목표는 ‘선진국으로서의 미래경쟁력과 국격을 높이는 이민정책’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한국은 단일민족·단일문화사회에서 다민족·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 이미 전체 인구의 5%가량이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들(외국인주민, 귀화자, 자녀 등)로서 구성된 사회에서 이민자가 가져다주는 인적, 경제적, 문화적 자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성을 혁신과 창의성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으로 인한 이득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내국인과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이민정책이다. 필자는 이민정책을 “이민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정부 정책으로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출입국과 체류자격을 관리하고, 이민자의 안정된 생활과 내국인과 이민자의 공존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제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라고 정의한다.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 한국이 질서 있는 이민을 통해 사회발전을 이루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새로운 이민정책과 행정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이다.


이민정책 형성 모델


 필자가 이민연구를 수행하면서 파악한 이민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과 그것들 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 <그림 1>이다.

첫 번째 요인은 선행 이민정책으로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행되어 온 정책과 추진체계가 경로의존성을 갖고 미래의 이민정책의 성격과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법무부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를 담당하면서 이민정책과 행정의 주관부서가 되었다. 이후 출입국관리국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되면서 현재 이민정책과 행정의 전담부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역사성과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향후 이민 전담조직에 관한 많은 논의들이 법무부와 연계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이민정책을 둘러싼 국내외적 환경변화이다. 국내적 환경변화로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과 같은 인구학적 위기로 인해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재원 고갈 등과 같은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이민이 고려된다. 국제적 환경변화에는 주요 선진국 또는 주변국가의 이민정책의 변화가 포함된다. 대만의 이민서, 일본의 출입국재류관리청과 같이 이민행정 전담기구는 한국도 이민청과 같은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한다. 또한 일본이 2018년에 숙련 기능 보유 외국인(‘특정기능 2호’)에게 10년 체류와 가족 동반을 허용하는 신외국인력정책을 시행한 것은 한국도 정주화를 용인하는 외국인력정책을 도입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정책입안자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위시해서 정부 부처 공무원, 정치인이 포함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가치관이 국정에서 이민정책이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민정책의 성격과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대통령만큼 의사결정권이 약할 수는 있어도 전문성이 높은 이민정책 관련 부처 공무원과 관료의 사회인식과 가치관, 아젠다 설정과 추진 역량도 이민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네 번째 요인은 국민여론이다. 여기에는 일반국민의 여론과 소위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불리는 여론주도층 인사와 집단, 언론,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다. 앞서 정책은 여론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고 표현했듯이 일반국민이 공감하고 수용하지 않는 이민정책은 처음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반국민이 대중 매체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인플루언서는 자기들의 이해관계와 이념에 의해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대민관계를 맺는 것은 더욱 어렵고 복잡한 과제이다. 이민청이 설립되거나 새로운 성격의 이민정책이 시행할 때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상대로 소통하고 공감과 수용을 끌어내는 능력은 성공적인 이민정책과 행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그림 > 이민정책 형성 모델




한국의 이민정책·행정 추진체계에 관한 선행연구

  

이민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선진적인 이민정책과 행정 추진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이를 반영한 선행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이민정책 포럼과 세미나가 활발하게 개최되었다. 최근에 개최된 포럼과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보고서 또는 학술논문으로 출판된 문헌들은 현행 이민정책·행정 추진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추진체계를 제안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행 이민정책·행정 추진체계의 문제점으로 서비스 수혜대상의 편중, 다수 기관들의 유사 중복프로그램 운영으로 인한 예산의 낭비와 조직의 비효율성이 지적된다.2) 또한 기능중심과 대상중심 편제가 뒤섞여 있고3) , 부처 간 칸막이(사일로 효과)가 있어서 분산된 정책을 조정하고 갈등을 조정하는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4)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효율적인 이민행정을 하기 위해서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안되지만, 전담조직의 위상과 소속에 대해서는 이민청, 이민정책위원회, 이민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선행연구에서는 전담조직이 무엇이 되든가 상관없이 이민정책과 행정의 기능별 조정과 통합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선행연구에서 제안된 정책 제언 중에서 필자가 현시점에서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민부와 같은 독립 부처는 이민자의 수가 크지 않은 현시점에서 과도하게 위상이 높은 조직이고,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의 외청으로 이민청을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고 이들의 사회통합이 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는 시점에는 처로 격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즉, 전담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단위에서 시작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실용적인 문제해결형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국내 체류 외국인 주민 중에서 재외동포, 특히 중국동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민정책과 재외동포정책은 중첩되는 영역이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연구자는 재외동포정책과 이민정책을 통합한 전담조직으로 동포이민청을 제안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이민동포청과 같이 두 개의 정책을 묶는 전담조직을 제안하기도 했으나,5) 현시점에서 그와 같은 통합된 조직을 출범하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염원과 요구는 재외동포사회에서 20년 전부터 있어왔고, 현 정부의 공약이기 때문에 재외동포청을 설립하는 것이 빠른 시기에 가능하면 그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외국인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재외동포정책위원회 등 분산된 위원회를 통합해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조정위원회’ 성격을 가진 하나의 위원회(가칭 ‘이민정책통합위원회’)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통합위원회에 상설 직원이 있는 사무국을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사무국장을 임용해서 실질적으로 정책 조정과 통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것과 대통령실에 두는 것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무국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이민정책은 인구정책, 지역균형발전정책, 경제정책, 문화다양성정책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통합되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 국가발전정책이라는 대주제하에서 장기적인 단위로 기획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와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5년 단위의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재수정되어야 한다. 최소 10년 단위, 더 길게는 20년 단위의 지속가능 국가발전전략을 먼저 세우고, 그 틀에서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5년 단위로 실행하고 재평가와 재설계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민관계(Public Relations)의 중요성과 역량 강화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민정책·행정 추진체계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제도적, 법적, 행정적 차원의 논의에 집중되었다. 필자가 이민정책 형성 모델에서 지적했듯이 이민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국민여론은 선행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필자는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사회학자로서 이민정책에 대한 일반국민의 여론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이민정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만일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와 같이 반이민자 정서가 촉발된다면 정부가 선진적인 이민정책을 실현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민정책·행정 전담조직으로 이민청이 설립된다면 이 조직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은 일반국민과 인플루언서를 상대로 한 대민관계(public relations)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때 대민관계는 단순한 정책 홍보가 아니라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합의 형성(consensus building)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이민과 같이 새로운 사회현상이 일상화되고, 이민청과 같이 전례 없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현시점에서 이민청과 그 책임자는 이민과 이민자에 대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인식을 확산하고,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첫째, 이민자에 관한 잘못된 정보, 왜곡된 이미지를 시정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서 반난민 정서가 순식간에 확산된 것은 예멘 난민이 한국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한다든지, 테러리스트가 위장 난민으로 가장했다는 것과 같은 가짜뉴스가 일반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한 것에 크게 기인한다. 이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실 확인(fact check)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불안감과 적대감을 완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일반국민이 이민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보고와 설명(브리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이민자가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정도에 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근거한 정보가 일반국민과 인플루언서에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일반국민이 이민자가 끼치는 부정적인 효과(예를 들어, 범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예를 들어, 노동력 제공, 소비 진작, 재정 기여 등)에는 둔감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민자의 사회경제적 효과와 기여에 관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전달해서 일반국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민과 이민자, 문화다양성, 이민정책 등 이민 관련 주제와 이슈에 관한 일반국민의 여론과 평가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일반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일반국민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뿐 아니라 공론화조사와 같이 더 성찰적이고 숙의민주주의에 근거한 연구방법을 통해 이민과 관련한 이슈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에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을 때 공론화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선례가 있다. 이를 교훈 삼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이 논쟁적이지만 다문화사회의 토대가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 공론화조사를 시행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윤인진, 2019, “The Rise and Fall of Multicultural Discourse and Policy in South Korea”, 『다문화와 인간』 8(1): 1-30.
2)김동욱, 2022, “새 정부의 이민정책: 전담조직 설치 방향과 전략”, 제14회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포럼 발표자료집, pp. 19-31,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 2022년 6월 8일.

3)권향원·유민이, 2022, “이민정책의 제 방향 구축을 위한 정부조직개편 방안”, <이민·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주요 정당의 비전과 대응 방향> 세미나 발표자료집, pp. 25-36,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2021년 12월 2일.

4)차용호·우영옥, 2021, “한국 이민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국내적 정책과정과 국내·국제 연계정치 반영”, 『다문화와 평화』 15(2): 1-39.

5)임채완, 2017, “동포·이민청 설립의 정책과 법제화”, <재외동포·이주민정책 대토론회> 발표문, 한국 프레스센터, 2017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