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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 자본주의를 통한 자본시장 새판 짜기

현안과정책 369호

글/류영재 ((주)서스틴베스트)

글로벌 금융위기와 근본적인 금융개혁의 필요성

2008년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는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들었다. 동시에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게 했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금융화는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시장 근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팽배,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했었던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의 등장, 그리고 각국 중앙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불신과 같은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이른바 시장 맹신적 신자유주의였다. 이러한 토양을 기반으로 확산되었던 금융화는 역설적으로 금융의 각 주체들을  그 본령으로부터 밀어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금융의 본령은 무엇인가? 영국을 대표하는 금융경제학자인 존 케이(John Kay)는 Other People's Money(‘금융의 딴짓’, 류영재 역)라는 책에서 금융의 4가지 주요 기능을 제시했다. 첫째, 금융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한다. 둘째, 자금 보유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중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셋째, 자금관리 및 운용 기능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은 위험관리 기능을 맡는다.

그러나 위 네 가지 기능 중 필자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가 확대되면서 자금 중개기능과 자산관리 기능의 왜곡현상이 여타 기능들과 비교해 더욱 심각했다고 판단한다. 이를 두고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는 ‘케첩 경제’로 전락한 금융이라고도 비판했다. 즉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은 케첩의 가격을 구성하는 토마토의 가격 변화, 그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비용, 대체재 가격 추이 및 수요 변화 등 실물부문에 대한 입체적 분석에 더욱 관심을 두는 반면, 케첩 경제학에 빠진 금융가들은 기본적 분석을 도외시하고, 단순히 2쿼트병의 케첩 가격이 1쿼트병의 그것보다 두 배일 경우 케첩시장은 효율적이라는 식의 기계적인 판단을 한다. 이는 특정 자산의 가격을 결정짓는 구성인자 및 근본요인들에 대한 분석없이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상대가격 간 비교를 통해 해당 가격의 적정성 여부와 시장의 효율성 수준을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렇다 보니 금융기관들은 자금 보유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자금을 최단거리로 싸게 연결해 주는 이른바 효율적 자금중개기능에 충실하기보다, 그 중간지대에서 불요불급한 서비스와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을 만들어 이를 단기 트레이딩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든는다. 즉 금융위기 이전 희소한 자원인 자금을 가장 단기효율이 높은 활동에 분배해야 한다는 전제와 금융산업 내의 다양한 중개기관들(Intermediaries)의 수익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금융산업이 오작동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심화되면서 기초자산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각종 금융상품들의 가격 거품이 확대되었으나, 곧이어 부동산과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상품의 거품도 터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것은 곧 걷잡을 수 없이 금융위기의 뇌관 역할을 했다.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의 기본적인 원리와 구성에 대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서구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그들을 파국으로 내몰았던 금융위기로부터 일정한 교훈을 얻어 ‘대안적 자본시장에 의해 작동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안들이 제시되고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자본시장을 밑바닥에서부터 개혁하려는 새판 짜기 움직임이 지난 십여 년간 글로벌 연기금, 국부펀드 등을 중심으로 한 수탁자 자본주의(Fiduciary Capitalism)의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수탁자 자본주의(Fiduciary Capitalism)의 주요 원칙과 현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주요 연기금들이나 국부펀드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이익에도 복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국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그 현상을 관찰한 사람들은 그것을 일컬어 ‘수탁자 자본주의(Fiduciary Capitalism)'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수탁자 자본주의라 무엇인가? 수탁자 자본주의란 연기금, 국부펀드 등과 같이 해당 기금의 자금 성격상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수탁자 자본주의의 핵심 플레이어들인 연기금들은 금융위기 이전, 대다수 증권사나 투자은행들이 정보 비대칭 등을 이용한 불공정 매매,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외부불경제에 대한 직간접적 조장 내지 묵인, 그리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무관심 하에서 오로지 단기이익 극대화에 매몰되는 문제를 자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등장한 수탁자 자본주의 투자자들의 기금운용 철학은 작년 3월 CalPERS, GPIF, FRR, ABP 등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한 우리의 선언(Our Partnership for Sustainable Capital Market)󰡕 속에 잘 요약되어 있다. (1) 여러 세대에 걸쳐 있는 연금 가입자들에게 재무적 안정성을 제공해 주기 위해 연기금들은 수십 년의 시계(視界) 하에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 (2) 지구환경, 종업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매출 및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우리의 투자 대상이 아니다. (3) 장기적 비젼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지지하고, 장기자본의 청지기로서 행동해 나갈 것이다. (4)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투자 전(全) 과정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업에 대한 관여수준을 공개해야 하며, 그들이 우리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밝혀야 한다.   

이들 수탁자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리스크 리턴 프로파일(Risk Return Profile)에 따라 패시브하게 시장을 추종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기업들의 위험요인들을 찾아내서 해당 기업들에게 솔루션을 제시하고, 아울러 관련 정책 당국자들에게 기업 거버넌스 및 ESG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도 내놓는 이른바 관여(Engagement)전략을 실행한다. 이때 다양한 안건들을 놓고 기업들과 대화한다. 예컨대 해당기업의 이사회 운영을 위시한 기업 거버넌스 이슈, 자본배분 및 구조의 적정성(자본의 Underleverage/Overleverage 측면, 주주 친화적 자본배분 구조 등), 장기적 경영전략,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이슈들이 주로 다뤄진다. 이를 통해 외부불경제 및 대리인문제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동시에 해당 이슈와 관련된 규제자들에게 적극적인 관여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수탁자 자본가들의 행위는 전통적이며 관행적 투자행위와 차별화된다. 이러한 투자접근법들이 수탁자들에게는 투자대상 기업이나 투자 대상 자산군의 장기적 가치를 제고시켜 나갈 수 있는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접근방식으로 인식되며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단기수익률 위주로만 투자될 뿐, 자신들의 투자행위가 자국 기업의 성장과 자본시장의 발전에 활용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경제는 장기 저성장이나 장기침체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공유함은 물론이다. 

수탁자 자본주의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아우르고 있다. 즉 유니버설 투자자(Universal Investor)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가 그것인데 이하에서는 이 두 핵심 개념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유니버셜 투자자(Universal Investor)

초대형 연기금은 장기간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투자·보유함으로써, 특정기업이나 특정산업의 주주가 아닌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다. 이러한 초대형 기금을 일컬어 유니버셜 투자자라고 지칭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국민연금 등의 공적 연기금, 한국투자공사와 같은 국부펀드, 그밖에 공적 자금으로 조성된 기관들은 기금의 성격 상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니버셜 투자자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투자대상인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기업 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부불경제(Externality) 이슈,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등과 같은 기업 거버넌스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다양한 환경오염 물질 배출,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 거래 및 갑질 행위, 담합 등을 통한 시장교란 행위, 작업장 산재사고 및 제품 안전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에서 위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면 유니버셜 투자자인 대형기금들도 그로 인한 위험과 비용을 함께 부담하기 때문에 이들은 수탁자(Fiduciary)로서 투자의 외부 비용 저감을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 활동에 대한 주주관여를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주주관여 활동은 초대형 장기투자 기관인 유니버셜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행위로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유니버셜 투자자의 기금운용 수익은 국민경제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 수준에 좌우된다. 즉 이들 초대형 연기금들은 장기간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투자·보유함으로써 특정기업이나 특정산업만의 주주가 아닌 해당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이고, 따라서 이들의 수익률은 특정 섹터나 특정 기업의 성과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장기적 성과와 연동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들의 장기투자수익은 국민경제와 연계(Indexation)되어 있음으로 이들은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포함한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추구해야 하고 그것이 곧 그들의 투자성과를 개선하는 투자전략이자 접근법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특정 유니버셜 투자자가 A완성차 회사와 B생보사 주식을 동일한 금액만큼 보유할 경우 해당 유니버셜 투자자가 보유한 A사가 단기 영업이익 제고를 위해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기술개발에 충분히 자원을 배분하지 않는다면 그 만큼 자본비용(Capex) 및 운영비용(Opex)이 절감됨으로 인해 단기 이익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A사가 생산한 자동차의 매연저감 장치 성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도시의 대기 오염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시민들의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고 악화되면 결국 시민들에게 호흡기 질환이나 더 나아가 폐암 등의 중증 질환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B생보사의 수지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수지를 악화시킬 개연성이 존재한다. 

반면 이 경우에도 민간투자기관들은 그들 포트폴리오의 위험조정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B주식 매각 혹은 비중 축소, A주식 매입 또한 비중확대 방향으로의 리밸런싱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유니버셜 투자자는 (1) 앞서 말한 대규모 보유 물량으로 인해 과도한 출구비용(Exit Cost) 발생 (2) 국민경제 전반의 성과와의 연계성 및 장기성과 추구 (3)벤치마크와의 트래킹 에러 발생 등의 이유로 인해 현실적으로 민간투자기관과 동일한 전략을 취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공적 연기금 운용자들 대다수는 민간투자기관 출신들인 까닭에, 민간투자기관들에서 사용되는 투자원칙과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유니버셜 투자자인 공적 연기금조차도 기금운용을 민간펀드와 동일하게 단기 수익률의 프레임 하에서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업의 부가가치는 전통적 재무적 요소들 못지않게 CEO 리더십, 혁신역량, 브랜드 이미지, 평판, R&D파이프라인, 이해관계자 관계관리 수준, 환경 리스크 관리 수준, 탄소배출량, 기업 거버넌스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회책임투자가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을 투자에 반영한 것이었다면, 현대적 의미의 ESG투자는 기업위험 및 가치 창출에서 중대한 비재무적 요소에 해당되는 ESG요소들을 투자에 반영함으로써 장기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에서도 이러한 ESG요소를 투자 의사결정에 결합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장기투자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공급사슬관리 등의 측면에서는 비교적 단기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투자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 보고하고 있다. 그 밖에도 글로벌 유수의 투자은행들인 골드만삭스, UBS, 메릴린치BoA 등도 이러한 주장에 호응하며 그들 역시도 적극적으로 ES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ESG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과 제도들이 필요하다. 첫째, 투자대상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ESG정보와 데이터이다. 모든 투자는 정보와 데이터에서 출발하는 까닭이다. 국내 80여 개 상장기업은 지난 2004년도부터 자체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그 정보들은 객관성 및 중대성 측면에서 유용성이 크지 않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서도 표준화된 상장기업 ESG정보공개 가이드라인에 입각한 ESG정보공개제도가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의 ESG정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 분석할 수 있는 독립적인 ESG평가기관들이 필요하다. 특히 ESG평가는 재무분석과 달리 주관적이며 정성적 판단을 요하는 까닭에 평가기관이 피평가기업들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고, 그들에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이해상충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ESG평가기관들의 자격요건을 정해 그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규율하고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기관들의 ESG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ESG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유럽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SFDR)를 참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 세 가지 조건 및 인프라가 확보될 때, 최근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ESG워싱, 부실한 ESG레이팅, 무늬만 ESG투자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재부 공적 기금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200조원의 공적 기금들이 있다. 이 기금들은 한국판 수탁자 자본주의의 유니버셜 투자기금이다. 이 기금들은 기본적으로 목적성 기금으로서 그 규모의 절반가량은 설립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가량은 여유 기금으로서 기금이 자체적으로 운용하거나 혹은 외부에 위탁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여의도 민간펀드들의 운용방식과 전혀 차별성이 없다. 일부 기금들은 ESG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단기적 수익률을 추구하고, 재무적 관점에서만 투자대상 및 자산군을 선택하여 운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그 절반인 1천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기금부터 유니버셜 투자자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진정성있는 ESG투자와 스튜어드십 투자를 실행하도록 제도, 시스템 및 환경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그 변화는 민간투자 기관들로 자연스럽게 확산돼 나갈 것이다. 이른바 수탁자 자본주의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연기금들의 투자방향성과 부합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수준을 여러 단계 레벨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필자는 3년 전 런던의 한 증권사 초청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ESG현황을 설명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해당 증권사 직원들의 왼쪽 가슴에는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가지 색깔의 뱃지가 달려 있었다. "증권사 직원들이 SDGs 뱃지를 가슴에 달고 있다니?“ 필자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들의 답변이 의미심장했다. 즉 영국의 대다수 연기금들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자본시장 자금줄을 쥐고 있는 연기금들의 요청을 거부할 민간 금융기관은 없다. 연기금으로부터 ESG와 지속 가능성 원칙과 철학이 민간에게 이전되는 현장을 직접 목도한 것이다. 부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