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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조직에서의 장유유서(長幼有序)

현안과정책 368호

글/최장호 (서강대학교 교수)

아직도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연공서열 제도가 한국 기업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연공서열제도는 전근대사회에서 집단을 결속시키고 서로 간의 협력을 조장할 수 있는 사회 규범이었다. 기업 조직 내에서 연공서열 제도의 문제점은 이전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연공서열을 무시한 능력 위주의 승진이나 평가는 한국 기업에서 위계질서를 위협한다는 공격을 받기도 하면서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이 글에서는 연공서열의 문제점을 특히 4차 산업혁명기의 기업 변화 필요성과 MZ세대 관리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우선 연공서열 문화로 인한 권위주의는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억제하게 만들어 기업의 혁신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의 전제라 할 수 있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망각하게 만든다. 더불어 조직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MZ세대가 주장하는 ‘공정성’과도 상충을 일으키게 되어 구성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성과 향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한국 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 연공서열 제도에서 벗어난 ‘직무’ 위주의 관리가 필요하다.


한 정치인의 ‘장유유서’ 발언이 세간에 이슈가 되었다. 본인의 의도와 다른 의미로 전달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의 암묵적 질서로 인정되었던 ‘장유유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는 흔히 일본,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유교문화권으로 분류된다. 중국에서 유래한 공자의 사상이지만, 유교가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은 한국에서 오히려 더 깊숙해 보인다. 성실과 근면, 더불어 교육의 중요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빠른 성장이 바로 성실하고 근면한 민족성,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의 개발에 기인한다는데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질서로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유교문화가 최근 들어 그렇듯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특히 유교의 장유유서 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해치는 요인일 뿐더러, MZ세대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기 떄문에 한국 사회의 질적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 기업에서의 연공서열

17세기 근대 정치과학의 대표 학자인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서로 주장하는데 급급해 타협이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 사회 질서의 유지가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사회를 원만히 다스리기 위해 ‘국가’라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리바이어던은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지상 최강의 괴이한 동물로, 국가라는 유기체를 이에 비유하였다.

기업들도 일종의 ‘리바이어던’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국가’라는 조직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의 리바이어던은 예컨대 ‘연공서열’과 같은 시스템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기업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의 기업에서는 ‘연공서열’이라는 제도를 바탕으로 기업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란을 막고자 하는 체계가 오랜 시간 작동하여 왔다. 바로 그 연공서열은 장유유서의 문화가 기업 안에 자리한 대표적 잔재이다. 

연공서열제도는 과거 경험에 대한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다. 공무원의 호봉제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연공서열을 무시한 능력 위주의 승진이나 평가는 한국 기업에서 위계질서를 위협한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연공서열제도는 전근대사회에서 집단을 결속시키고 서로 간의 협력을 조장할 수 있는 사회 규범이었다. 농사, 수렵 등 대규모 인력의 동원이 필요한 사회에서 ‘지금의 불합리한 상황을 잘 참고 시간이 지나면 나와 내 동기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더 많은 힘과 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회와 개인 간의 심리적 계약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조직은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협력’할 것을 강요했다. 

사실 연공서열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다수의 기업들이 성과급제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지만, 성과급제의 근간이 되는 성과평가가 과연 정확한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기도 한다. 정확한 성과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연공서열에 의한 급여 설정이 오히려 조직 내에서 문제를 줄여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이 ‘연공 숙련설’이다. 일반적으로 연차가 늘면서 사람들의 숙련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숙련도가 높은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도 나름의 의의를 지닐 수 있다. 더불어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장래에 대해 예측 가능하도록 해주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더불어, 선진국을 목표로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연공서열에 기초한 일사불란한 조직이 보다 효율성을 지닐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연공서열에 의한 관리는 한계 상황을 맞이했다. 기존 연공서열에 의한 관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새로운 승진기회를 구성원들에게 계속 제공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성장의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기회를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조직의 연공서열은 일본에서 도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종신고용과 연공서열(年功序列)을 뼈대로 해온 일본 기업의 전통적 인사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 도요타, 후지쯔 등을 필두로 근무연수에 따라 봉급을 주는 종래의 인사 및 보수체계 대신,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혹은 역할급(役割給)이라는 일본 특유의 보수체계를 만들어서 기존 연공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연공서열의 문제점

연공서열은 조직 내에서 권위주의를 팽배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조직에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나중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 줄을 세워 관리하는 권위주의가 지닌 치명적인 단점은 개별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3T이론은 기술혁신과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한 세 가지 전제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용(Tolerance)’이 재능(Talent)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Technology)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3T이론은 ‘실리콘 벨리’의 사례를 바탕으로 논의를 펼친다. 실리콘 밸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T관련 기술(technology)의 메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인재(talent)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이며, 인재들은 ‘관용(tolerance)’ 수준이 높은 지역에 모였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관용’의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관용’은 넓은 의미로는 자신의 신조와는 다른 타인의 사상, 신조나 행동을 허용하고, 또한 자신의 사상이나 신조를 외적인 힘을 이용해 타인에게 강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관용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비율을 꼽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인구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성적 정체성이 LGBT라고 떳떳하게 밝힐 정도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있어서 성 소수자들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성소수자를 비롯한 이민자가 많아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사고방식이 이 지역에 퍼지게 된 것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관용’정도가 타 지역보다 높은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관용 수준이 높은 지역에는 인재가 많이 모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기술수준이 높아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3T이론이 설명하는 실리콘 밸리의 성장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로마대제국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중요하게 거론된다. 

기업에도 같은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관리자의 관용도가 핵심 인력으로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 경영이 가능케 될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맥을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리더는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고 의견개진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기존의 방식 혹은 리더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핵심인재의 선발을 통해 기존과 다른 체제를 갖추려는 노력은 권위주의적 리더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얻기 힘들어진다. 

연공서열제는 대량생산시스템에 적절하다.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는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질서정연한 업무추진이 중시된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는 개성과 창의가 성패를 가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연공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인사제도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4차 산업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제품개발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 경쟁시대에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열쇠이다. 여기에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연공서열을 중시한 경영은 합리적 운영이 어렵다는 난제를 지닌다. 연공서열을 전제하면서 경영의 효율화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이 모순적으로 도입한 대표적 제도가 임금피크제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그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는 성장의 한계에 달한 한국 기업이 기존 구성원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고자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연공서열로 인해 고임금을 받고 있는 연차 높은 구성원들의 임금을 삭감해서 이를 청년 고용에 할당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부 안(案)이 발표된 이후 각 공공기관 노조들의 반발로 인해 처음에는 도입기관이 많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임금인상률 삭감 방침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임금피크제 반영 지표 도입을 통해 압박을 가했고, 결국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직무 개발의 어려움과 제도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주장한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의 채용 증가는 기관의 고유 사업이 확대되거나 자연 퇴직 발생 등의 정상적인 사유에 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에 의한 청년일자리 확충은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유 중 하나가 기존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면서도 기업 측면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장유유서와 연공서열의 잔재를 지우지 못한 한국 조직에 등장한 임금피크제가 새로운 세대들의 노동시장 진입에 오히려 ‘사다리 걷어차기’ 문제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MZ세대와 연공서열

‘새로운 세대’에 대한 관심은 시대변화의 시기마다 뜨겁다. 1990년대에는 ‘X세대’, 2000년대에는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MZ세대’가 주인공이다. 사실 이러한 세대 구분은 학문적인 체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의가 상당히 애매하지만, 일반적으로 밀레니얼세대(1981~96년생)와 Z세대(1997~2010년생)가 '디지털 세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어 MZ세대라 표현한다. 세간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MZ세대는 소통을 중시하고 자신의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며 권위주의를 부당하게 여기고 개인존중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MZ세대의 특성으로 공정성과 탈권위주의로 손꼽힌다. 그런데 연공서열식 조직 운영에서는 신입사원들 혹은 젊은 사원들이 열심히 일하더라도 높은 성과평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낮은 성과평가 점수는 승진기회를 빼앗아 가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일 것이다. 예전처럼 기업이 고도 성장을 구가하는 상황이라면 젊은이들이 어떤 불합리한 상황이라도 참고 일하면 언젠가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 즉 기업이 성장일로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라면, 열심히 일한 구성원들은 지금 나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 및 보상받지 못한다면 나의 승진기회는 영영 떠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불어 연공서열에 길들여진 리더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한 실망은 MZ세대들이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조직으로부터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을 예전처럼 ‘쉽게 참지’ 않는 세대의 등장은 기업 인사관리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런 특징을 지닌 세대가 기업조직 구성원들의 5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기업에서 성과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인사관리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몰입’을 통해서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연공서열 문화에 의한 조직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50%가 넘은 구성원들의 몰입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비율 증가는 기업문화가 변화해야 할 당위를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조되는 기업 역량 중 하나가 ‘구성원 간 협력’이다. 개개인의 창의성을 집단창의성으로 승화시켜 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창의성을 지닌 개개인을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 경영은 스포츠 팀 관리와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일부 경영학자들은 스포츠 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기업 경영에서의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종종 거론되는 사례가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이다. 팀 추월 경기는 같은 팀 3명의 선수가 총 3200 미터를 동시에 달리는 동안 선두에 있는 선수가 상대 꼴찌 선수를 추월하면 승리한다. 개인 종목과 다르게 팀 추월에서는 양 팀이 반대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반 바퀴만 앞서면 경기가 종료된다. 물론 어떤 한 팀도 추월하지 못하면 정해진 거리를 완주한 기록으로 승패를 가린다. 이때 기록은 3명의 선수 중 마지막 주자가 들어오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 빙상스포츠, 특히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개인 세계랭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드물다. 하지만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한국은 사뭇 경이로운 모습을 보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한국 남자팀의 결승전 상대는 노르웨이 팀이었다. 노르웨이 팀의 경우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심지어 개개인의 기록이 세계적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 구성원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결과를 통해 경영학적 함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이 최고의 성적을 도출할 수 있도록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격려하는 상호작용이 팀의 성과를 높였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탈권위주의를 지향하는 MZ세대가 기업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구 세대 구성원 간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서라면 권위주의의 낡은 옷을 벗고 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

나가며

장유유서 문화는 전근대사회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사적(私的)영역의 기본 체계인 장유유서의 문화가 효율성을 기초로 하는 공적(公的)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연공서열의 제도를 만든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근 연공서열의 관행을 타파하고자 여러 대안(代案)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성과주의 혹은 성과급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결정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존재하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성과평가에 있어서 다시 연공서열이 끼여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보다 진척된 방법은 직무중심의 관리라 할 수 있다.  

기업 조직의 인사는 사람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거나 일의 특성을 바탕으로 구축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전자의 방식을 채택한 속인중심 인사관리가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 직무중심 인사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직무중심 인사관리는 기업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직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관리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직무 특성을 바탕으로 한 인력계획, 선발, 평가, 보상 등이 실시된다. 특히 직무를 기반으로 한 보상체계인 직무급은 조직 내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직무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하여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조직의 입장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개별 구성원 입장에서도 연공서열이 보상에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만족도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직무급 제도를 실시한다고 해서 성과급체계 도입을 지양(止揚)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직무급 제도를 기반으로 하면서 당연히 각 직무별로 성과평가에 의한 급여 차이를 두어야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지각 수준이 높아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한국 기업에서는 직무 중심의 관리를 통해 기업 내에서 연공서열의 폐단을 최소화하고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