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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 혁신 방안

현안과정책 312호

글/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육공학 교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뜻의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된 코로나19는 쉴 새 없이 빠르게 돌아가던 지구의 시계를 한순간에 멈추게 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근무 확대, 필수산업을 제외한 분야의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의 조치들은 일상생활 속 우리 삶의 시간마저 느려지게 했다. 마치 18세기 이후 산업화라는 미명아래 줄곧 정신없이 달려온 인류에게 코로나19가 강제적으로 숨고르기라도 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수없이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아있는 코로나19지만 두려움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만 한다. 특히 교육분야는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고 교육혁신을 단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상 처음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수업하면서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현행 교육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혁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영향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악영향은 가히 막대하다.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5일 기준 전세계 193개국에서 약 16억 명의 학생들이 휴교령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i] 이는 유아원부터 유치원, 초중고 및 대학과 대학원을 포함한 전 세계 교육기관에 등록된 학생 중 91%가 넘는 학생이 코로나19로 인해 몇 달 동안 학교 수업을 못 받았다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이번 봄학기의 모든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수업은 주로 교사가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과제를 풀어 제출하면 개별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학급 전체가 화상회의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 가지며 이는 강의식 수업을 위함이 아니라 학생들의 안부를 묻고 과제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가에 대한 확인과 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함이 주목적이다. 


한국도 교육부의 주도하에 초중고 및 대학 전과정을 온라인으로 개학함으로써 수업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수업방식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오전부터 1교시 영어, 2교시 수학, 3교시 국어 등으로 작성된 시간표에 맞춰 EBS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거나 교사가 부여한 과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다른 과목 공부를 하거나 심지어 학부모가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학생은 학원수업을 듣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어야 하는 당연한 명제가 전제되지 않아 생긴 해프닝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서도 나타났다. 교실에서 진행되던 오프라인 수업방식 그대로 수업전달매체만 온라인 화상강의 도구를 활용해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의 학습이 아닌 교수자의 강의전달을 기준으로 구성된 현행 교육제도 내에서 수업의 수강일수만 채우면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정도와 상관없이 다음 학년으로 진급이 가능한 시간중심의 카네기학점방식을 채택한 결과이다.

▲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고2 이하 학생들이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을 하는 가운데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 교문에 학생을 위한 교직원의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각각 등교한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매년 유행하는 독감과 같이 앞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New Normal)에 대한 논의들이 최근 각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뉴노멀이란 과거에는 비정상적이던 일이나 현상이 점차 정상이 되어가는 것을 뜻한다. 마스크는 이제 일상생활 속 필수품이 될 것이며 재택근무는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각국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주요산업들을 자국 내로 복귀시키고 원격진료나 화상회의는 보편화될 것이다. 교육분야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고 교사의 역할은 점차 지식의 전달에서 지식의 공유 및 재창출로 바뀌고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뉴노멀이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의 뉴노멀로 인해 학생의 역할은 수동적 객체에서 능동적 주체로 변화되고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학습분석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교육에 활용해 개별 학생의 수업내용에 대한 이해도에 따른 개인 맞춤형 학습이 주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런 교육에서의 뉴노멀은 새로운 정상이 아니라,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교육이 비로소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1차 산업혁명 이후 근대 공교육이 처음 시작되면서 학교 교육은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을 갖춘,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락해 왔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사회에 진출해 취업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ii] 하지만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학교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을 변경하는데 급급했을 뿐 정작 학습의 주인인 학생에게 교육의 소유권을 돌려주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사회에서는 좋은 직장에의 취업의 기회가 보장된 반면 성적저조 학생들은 한없이 소외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 


결국 첨단 기술의 발달로 마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에서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봐야만 정보를 얻던 시대에서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몇초내에 검색이 가능한 시대가 됐지만 학교만큼은 1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치 시계바늘이 멈춘 것처럼 변화없는 모습을 유지해온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교육의 확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실재감 있는 학습에 대한 요구의 증가,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 수업에서 학생중심 토론식 수업으로의 전환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교육의 뉴노멀이 될 이런 변화는 학생이 학습의 중심이 되지 않는 한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치게 될 것이다.


학생중심교육으로의 전환

사실 학생중심교육으로의 전환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미국, 핀란드, 호주, 캐나다 등 교육 선진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2015년에 오바마 행정부가 Every Student Succeeds Act(ESSA)법을 제정해 각 주(state)나 교육구가 자율권을 갖고 학생들을 위해 적합한 교육방식을 채택해서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이후 와이오밍 주를 제외한 49개 주가 역량중심교육을 실시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iii] 미국에서의 역량중심교육은 6가지 기본원칙을 따르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iv] 


  • 한명의 교사가 교실 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기존 수업 방식은 지양하고 개별 학생들의 학습동기나 목표에 따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 정해진 수업시간을 채우면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간 중심의 카네기 학점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숙달한 정도를 증명함으로써 상급학년 수업을 듣게 된다
  • 학생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주체이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방법을 정하고 평가까지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한다
  • 결과가 아닌 과정 위주의 평가를 한다
  •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 내용을 받아 적고 시험을 통해 친구들과 등수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협업학습을 진행하고 학습한 내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학습한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 학습방식은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단순히 암기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지원한다)
  • 교육용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학생별 학습 현황 파악 및 분석을 통해 개별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이 요구되는지 결정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한편 핀란드의 경우에는 현상기반학습(Phenomenon-Based Learning)을 통해 학생중심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Finn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가 2016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의 현상기반학습은 하나의 현상을 주제로 각 개별 수업을 연계해 진행된다.[v] 예를 들어 기후가 주제인 경우 과학시간에는 기후의 종류와 발생원인 등에 대해 배우게 되고 사회시간에는 기후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며 세계지리 시간에는 각 지역별 기후의 차이에 대해 배우고 음악과 미술 시간에는 기후가 음악과 미술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배워 학생들이 기후라는 현상과 개념에 대해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방식이다. 또한 핀란드에서의 수업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발표하면서 진행되며 평가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혁신방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에 가서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수강하는 모습을 통해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보는 시간을 제공했다. 온라인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의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게 하는 상황은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속에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방식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해 깨닫게 해줬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물리적 영역, 디지털 영역, 생물학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선포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이 ‘일자리의 미래 (The Future of Jobs)’ 보고서[vi]를 통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요한 10대 역량 (복합문제 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력, 인적자원 관리능력, 협업능력, 감성능력, 판단 및 의사결정 능력, 서비스 지향성, 협상능력, 인지적 유연력) 중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방식으로 개발가능한 건 하나도 안 보인다. 


물론 교육분야의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하는 것이지 기존의 틀은 유지한 채 껍데기만 바꿔서는 혁신이라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가 해야만 하는 교육혁신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과감히 부술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특히 기술과 지식만이 아니라 개인의 핵심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만이 창공을 나를 수 있듯이 교사중심 지식전달에서 학생중심 역량기반 교육혁신을 추진해야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vii]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항상 우리에게 함께 다가온다. 동전을 손에 쥔 사람만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결정할 수 있듯이 결국 코로나19의 위기를 교육혁신의 기회로 만드는 건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한국 교육개혁에 있어 여러 기회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수한 교사진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춘 교사들은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부모들의 우수한 교육수준을 들 수 있다. 특히 현재 초중고 학생들을 둔 학부모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양쪽 모두의 경험과 기억을 간직한 세대로서 아날로그 세대인 교사와 디지털 세대인 Z세대 학생들이 함께 발걸음을 맞춰갈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기회요소는 ‘2015개정교육안’을 통해 지난 4년간 학생중심 역량기반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어떤 물감으로 어떤 색을 입히는가에 따라 우리 교육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기에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 관계자 모두 머리를 맞대고 활발히 의견을 공유하며 그림을 완성해 간다면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i] UNESCO, “COVID-19 Educational Disruption and Response”, 10 May, 2020. 출처: https://en.unesco.org/covid19/educationresponse

[ii] 류태호 (2017).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 서울: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iii] Sturgis, C. (2017, September 21). Competency-Based Education in the K-12 Space [Blog]. 출처: https://aurora-institute.org/cw_post/competency-based-education-in-the-k-12-space/

[iv] 류태호 (2019). 미국 역량중심 교육정책 분석과 국내 역량중심교육에 대한 시사점. 교육공학연구, (35)2, 289-311.

[v] Finn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2016). “New national core curriculum for basic education: focus on school culture and integrative approach”. 출처: https://www.oph.fi/en/statistics-and-publications/publications/new-national-core-curriculum-basic-education-focus-school

[vi] World Economic Forum (2016). “The Future of Jobs: Employment, Skills and Workforce Strategy for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출처: http://www3.weforum.org/docs/WEF_Future_of_Jobs.pdf

[vii] 류태호 (2018). 성적없는 성적표. 서울: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