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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여전한 논란과 여전한 대안

현안과정책 306호

글/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제3차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감염병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을 결정했다. 소득 하위70%에 속하는 1,400여만 가구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1인 가구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100만원 등)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많은 논란이 이어졌으며, 아직도 실제 지급 방식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확정될지, 언제 지원금이 실제로 지급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앞다투어 전국민에 대한 보편 급여를 주장하는 가운데, 하위 70% 선별 기준 마련과 재원 마련을 고심해온 정부는 총선 이후에야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을 위한 원 포인트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미 정부 방안의 여러 문제점을 예견하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i] 여기서는 그간 진행된 관련 논란을 짚어보고, 그 맥락 안에서 필자가 제시한 대안의 타당성을 다시 한번 주장하고자 한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과 관련한 논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발표된 이후 전문가, 정치권, 언론 등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한 지원 방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와는 달리 정부가 3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를 선정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발표한 이후에는 국민여론도 돌아섰다.


첫째, 대상자 선별 기준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정확한 소득 파악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설정하더라도 시비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근거로 선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소규모 사업장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은 올해가 아니라 2018년 소득이 보험료에 반영돼 있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자칫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득 감소를 증명하면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 방법은 지자체에 맡겨놓은 상태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다. 고액자산가이면서 건보료 하위 70%에 해당해 수혜 대상이 되는 경우, 직장가입자 중 지원금 수령 대상이면서 고가 주택 거주자나 고급 승용차 보유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는 고액자산가를 제외하겠다고 했으나, 선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건보료 조정을 신청하는 민원이 정부 방침이 발표된 당일에만 하루 115만건에 달하는 등 엄청나게 쇄도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건보료를 정확한 기준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둘째, 미비한 데이터를 근거로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에 행정적 부담이 커서 신속성이 중요한 ‘긴급’지원금의 지급이 지연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셋째, 지원 대상이 되는 가구와 제외되는 가구 사이의 소득 역전 현상이다. 예를 들어 4인가구 중에서 연 소득 8,500만원이 선별 기준이라면, 소득이 8,499만원인 가구는 지원금 수령 후 총수입이 8,599만원이 되지만 소득이 8,501만원인 가구는 총수입이 그대로다. 형평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고,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을 왜 제외하느냐,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것 아니냐는 등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넷째, 포퓰리즘 논란이다. 원래 재난 구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만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우니 취약계층 혹은 저소득층을 지원하자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런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원대상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득세하였고, 여당의 압박에 밀린 정부가 전 국민의 70%까지 지원하는 안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에 관한 검토와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재난기본소득은 정답이 아닌 이유

정부의 소득 하위 70% 선별과 관련하여 불만과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급격하게 부상했다. 물론 이재명 지사나 정의당 등은 일찍부터 이러한 주장을 펼쳤으나, 정부여당과 제1야당의 반대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급진적 주장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 5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전의 입장을 180도 선회하였다.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하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다음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 방침을 밝혔고, 이후 당 차원에서 전 국민 대상 4인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 방안을 정했다. 누가 보아도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경쟁이지만, 선별 지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흔히 전 국민 대상 동일한 재난지원금을 보편적 지급이라는 면에서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부른다. (물론 일회성이어서 본래의 기본소득과는 전혀 다르다.) 과연 재난기본소득이 올바른 정책일까? 선별 지원에 따른 기준 논란과 사각지대나 소득역전의 문제가 없고, 행정 부담이 작아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안정된 고소득을 누리는 사람, 심지어 대박을 터트린 이들까지 지원한다면 코로나19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원래의 정책목표에 어긋난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이고 재원 낭비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트럼프나 아베, 그리고 홍콩정부처럼 포퓰리즘 정권이 하는 일이지 진보적인 정부가 하는 일은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를 맞아서 재정을 아끼려고만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재정지출을 늘이려면 증세, 국채발행, 통화증발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어느 것을 택하여도 정도가 과하면 그만큼 큰 부작용이 따른다. 이 비상사태가 앞으로 많은 재원의 투입을 필요로 하기에 더더욱 재정의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당장 일거리가 없고 장사가 안 되어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전 국민에게 나누어 지원을 하게 되면 지원 액수가 형편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거듭된 보편적 지원에 필요한 재원 소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고용 유지와 흑자도산 방지를 위해 천문학적 재원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편적 지원으로 재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모두 한목소리로 전 국민 지원을 외칠 때,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만이 자기 당의 대표를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코로나 사태와 코로나 경제공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급해도 원칙을 세워 한정된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ii]


평소에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장하던 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iii] 하지만 이는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긴급대응책을 고안할 때지 평상시의 복지제도 혹은 소득분배 제도를 개혁할 때는 아니다. 크루그먼은 사회적 격리 때문에 소득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은 마치 감세론자들이 이 틈을 타서 감세를 주장하는 것과 같이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과 무관하게 자신이 신봉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iv]


보편지원과 선별환수를 결합한 대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선별 기준에 관한 논란에 빠져 여론이 악화하자 정치권은 보편지원 혹은 재난기본소득을 찾아갔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여러 전문가들은 보편지원과 선별환수를 결합한 제3의 대안을 제안하였다. 필자가 제안한 '특별부가세 방안' 외에도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 방안, 그리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재난지원금 환수 방안 등이다.[v] 보편지원을 채택하여 신속한 지원을 실행하면서도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환수하여 재원 소요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들은 모두 금년 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과와 연동한 환수방안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현황을 제대로 반영하며, 소득의 증가에 비례하여 환수액이 커지므로 수직적 형평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지닌다. 국세행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행정비용이 최소화되는 장점도 있다.


필자의 특별부가세 방안은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지원하되, 지원받은 납세자(부양가족 포함)에 한해 내년에 납부할 금년도 소득세에 약간의 특별부가세(surcharge)를 부과하며, 소득세를 통한 선별환수가 어려운 고액자산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방안은 인적 공제를 폐지해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방안은 재난지원금의 2~3배를 과세소득에 가산해서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다.


이 방안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유사하지만 필자의 방안이 두 가지 면에서 우월하다. 먼저 다른 두 방안은 금년도 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과 시점에 이루어지는 사후적 환수이기 때문에 '줬다 뺏는다'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필자의 방안은 고소득층이 자발적으로 신청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없다. 둘째, 고소득층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세금이 증가하지 않는 필자의 방안과는 달리 다른 두 방안에서는 지원금을 초과하는 세금이 고소득층에게 부과되어 정치적 수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편급지원과 선별환수를 결합하는 방안은 일부 진보적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선별 복지를 선호하는 일부 보수적 전문가들도 지지한다.[vi]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런 입장을 견지한다"면서도 "신속성 차원에서는 100% 다 드리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없다", 그리고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다시 환수하겠다고 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보편적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같은 날 "정부는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 지원기준이 긴급성, 지원의 형평성,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이미 결정해 발표했다"며 "현재 기발표된 기준에 따라 추경 편성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고 언급했다.[vii]


정부로서는 국회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선별환수는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자칫 선별환수 법안이 '쟁점 법안'이 되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 신속한 지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이미 선별지원의 문제점에 공감한 마당에 정부가 선별지원을 고집하기보다는 선별환수 방안을 여야에 설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나가는 말

필자가 본 지면에 특별부가세 방안을 발표한 이후 상당한 반향이 있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었고, 언론에서 다루었다. 여러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도 있었지만, 글에서 충분히 논지를 전개하고 대안을 설명했으니 인터뷰는 사양했다. 정부의 정책이 이미 결정된 마당에 이를 사후적으로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응원할지언정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 다시 동일한 정책제안을 반복하는 글을 쓰는 것은 그간 정치권의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정부의 선별지원 방안을 반대하고 보편지원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선별지원도 아니고 보편지원도 아니면서 훨씬 우월한 대안을 다시 한번 설득할 공간이 생겼다.

물론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밀고나갈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이 논의는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다행히 신규확진자 수가 안정 국면에 들어선 듯하지만, 아직도 불안요인이 남아있다. 긴장을 늦추면 언제 또 2차 확산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긴급지원이 또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대안을 포함해서 여기서 논의한 보편지원-선별환수 방안들은 모두 한시적 방안이다. 긴급상황에 대한 긴급처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 상황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분석하여 향후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통계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소득공제제도를 단순화하고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세법 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 제도 개혁의 맥락에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