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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를 제도적으로 포용하라

현안과정책 287호

글/ 한창근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필연적이다. 지금보다 앞으로 미래에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경제를 경험할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증가는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 서비스업 제공자, 그리고 플랫폼 근로자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다양한 이해충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플랫폼 경제 체계에서의 사회정책의 대응속도도 지체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을 받아들인다면 사회정책의 미래는 어떻게 플랫폼 경제를 제도적으로 포용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본 글은 플랫폼 경제에 대한 논의, 그리고 플랫폼 경제의 대표적인 예인 배달앱의 상황들을 소개하면서 플랫폼 경제의 확산에 따른 사회정책이 추구해야 할 개선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제조업 대량생산 산업구조에서 생산수단과 근로자가 분리되어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제는 일반인이라도 누구든지 소비자일 뿐 아니라 동시에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이 기술혁명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이전의 가치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면서, 한쪽에는 생산자와 반대편 끝에는 소비자가 있는 비교적 단순했던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시스템이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플랫폼이 변수로 개입되는 복합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플랫폼의 어원을 살펴보면 ‘PLAT'이라는 ‘구획된 땅’의 의미와 ‘FORM'이라는 ‘형태’의 합성어로 ‘구획된 땅의 형태’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노동을 잘게 쪼개어 모듈단위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하여 중개되는 노동, 즉 사이버공간에서 노동을 사고파는 플랫폼노동을 출현시켰으며 이를 ‘긱 경제(Gig Economy)’, ‘온 디맨드 경제’, ‘주문형 경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김성혁, 2018). 한마디로 정의하면, 플랫폼 노동이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처럼 거래되는 노동을 의미한다(박제성, 2016). 하지만 한편으로 플랫폼 경제는 사용자ㆍ노동자ㆍ자영업자라는 고용관계의 구분 틀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플랫폼 경제에서는 사용자도 노동자도 사라지고, 자영업자와 이용자와 이들을 연결시키는 플랫폼만이 남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떠오른 주요 의제는 바로 일자리의 변화이다. 이제 부의 창조도 육체노동이 아닌 금융, 지식, 기술에 기반 한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전화되었고,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연속적이기보다는 프로젝트 중심인 경향이 많고 노동수요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시적 혹은 임시직 노동의 증가를 추동한다(Standing, 2014).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임시적으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임시직 경제인 긱 이코노미가 극대화될 것이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1인 자영업자의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설득력을 가지는데, ICT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이용한 인터넷-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매칭되는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가 촉진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취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노동 및 전문 서비스 시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프리랜서, 자영업, 계약직, 비전통적인 직업이 늘어나는 추세는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경제는 다양한 형태를 띠며 진화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은 아래 표와 같다.

대리운전앱, 배달앱(음식, 퀵서비스, 꽃 등), 콜택시앱, 가사도우미앱, 간병 및 호스피스앱, 통·번역앱, 청소용역앱, 경비용역앱, IT관련업무주문앱(홈피 제작, 어플리케이션 개발, 웹개발 등), 전문업무의뢰(디자인, 작가, 회계, 컨설턴트, 판매·마케팅, 이사앱, 펫앱, 인테리어주문앱, 미용서비스앱, 자동차정비앱, 과외앱, 낚시앱, 컴퓨터수리기사, 일부 택배, 그 외 일회성 아르바이트(알바몬, 알바천국 등)
출처: 플랫폼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p. 46)


플랫폼 경제 범주가 확산되면서 다소 생소했던 분야들도 플랫폼을 타고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를 제도는 포용하고 있는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 및 제품 생산자들, 그리고 플랫폼에서의 서비스를 전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제도화는 아직은 초기단계이다. 일차적으로 플랫폼노동 규모에 대한 파악도 요원하다. 매킨지 보고서는 서구 선진국의 플랫폼 노동인구의 규모를 전체 노동인구 대비 비율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노동인구의 30%, 미국은 26%, 독일은 25%, 스웨덴은 28%, 그리고 스페인은 31%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구자에 따라 전체 노동인구 대비 플랫폼 노동인구를 9~30%로 추정하고 있다. 그 추정치의 정확성은 우선 차치하더라도 플랫폼 노동인구의 확대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은행은 2020년에 전 세계 플랫폼노동자가 1억 1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을 좀 더 현실감있게 파악하기 위해 배달앱 서비스와 배달앱 노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배달앱 서비스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음식 배달이 만연한 문화 속에서 1인 가구의 증가,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발전, 그리고 IT 기반의 배달사업의 확산 등은 이러한 배달앱 서비스의 증가를 지원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서비스의 거래액은 2013년 3647억 원에서 2015년 1조5065억 원으로 4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2018년 15조 원대에서 2019년엔 20조원대로 성장할 거란 예측도 있다.  

배달앱 서비스의 확대는 곧 바로 배달앱 이용 음식점주의 증가 그리고 배달앱 종사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소상공인의 경우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로는 ‘매출 증대를 위해서’(71%), ‘타 업체와의 경쟁 등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43.5%), 그리고 ‘배달앱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34%) 순으로 나타났다.  

배달앱 종사자의 규모는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선발주자인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 의해 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55.7%, 요기요는 33.5%, 그리고 배달통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2018년 1월 기준). 추가적으로 대기업의 경우에도 프랜차이즈 자체 배달앱을 개통하여 시장진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앱 종사자의 수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통계를 구하는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배달앱 종사자들이 다른 배달앱 기업들에 중복 가입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기도 하다.

배달앱 노동에 참여하는 근로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2017) 연구에서는 배달앱 근로자의 81%가 남성이며,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는 비율이 10명 중 7명 정도였다. 황덕순(2016)조사에 의하면 대상자 241명 중 남성이 98.3%(237명)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20세 미만과 30세 미만을 합해서 48.1%(116명)로 청년층이 약 절반을 차지하였다. 이승렬, 박찬임, 조흠학, 강병식(2012)의 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70% 이상이 10대 와 20대였으며, 전체의 92.5%가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음식배달업에 종사한 기간은 3년 미만인 경우가 24.9%로 대부분 3년 이상 음식배달업 일을 하고 있지만, 현 일자리에 근로하고 있는 기간은 이보다 짧아서 3년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72%를 차지하였다.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 일에 종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고(41.0%), 다음으로 다른 일자리 보다 수입이 더 많아서(36.0%)로 나타났다. 배달노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력과 전문성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점(34.9%)이고 그 다음으로는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없음이 19.4%, 임금이나 근무시간 등이 괜찮다는 응답이 17.2%, 새벽배송의 경우 2개 이상의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기는 경우가 14.9%, 주/월 정기배달은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13.6%로 처음부터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용 앱을 통해 배달하는 경우 임금의 형태는 호출 건당 수당이 96.1%, 고정급이 1.3% 고정급과 호출건당수당이 2.6%였고 월 평균 임금이 256.2만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9%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문형 앱노동자는 호출수당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호출수당은 한 건의 배달을 다녀올 때마다 즉시, 중간 대행 사무소를 통해 급여가 개인의 가상계좌에 들오게 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호출 수당에 따른 개인의 급여는 더 많은 시간의 투자,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콜을 잡는 개인의 능력, 핸드폰의 개수, 시간 당 얼마만큼의 배달을 소화하는 라이딩의 노하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력공고모집 사이트인 ‘알바천국’, ‘알바몬’의 라이더 모집공고에 따르면 “최다 콜 보장”, “능력제 최소 OOO~OOO만원 보장”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임금부여방식은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한경쟁은 오토바이 사고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 최근 보도된 뉴스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오토바이 사고 사망의 28.6%가 배달업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구체적으로 올해(2019년 8월 말까지)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6404건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는 특히 배달이 밀리는 주말에 보다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고와 관련하여 배달앱 종사자의 오토바이 보험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실제 보험가입률이 낮아서 사고에 따른 보험처리가 어려워 사고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정책의 미래는 이러한 플랫폼 경제를 사회정책의 대상으로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플랫폼 경제의 제도적 포용을 위한 몇 가지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플랫폼 경제의 실태파악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연구자에 따라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슈가 될 수 있다. 이 실태파악의 주체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몫이어야 한다. 또한 이 실태파악에는 참여 인원뿐만 아니라 분포 그리고 플랫폼 노동에서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실태파악에 관한 조사내용과 결과를 투명하게 발표되는 과정도 중요할 것이다.

둘째, 플랫폼 노동의 확산에 따른 노동기본권 및 노동조건에 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받는지, 산재의 대상이 되는지 등에 관해서 사후적으로 법적인 소송 및 절차에 의해서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현재의 노동법상 고용관계에 따른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사후적이고 개별적인 권리구제방안의 방식에서 사전적이고 포용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및 권리구제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제도적 포용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플랫폼 노동자의 제도적 포용을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도적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전 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근로자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지시한 반면에, 플랫폼 노동에서는 주로 '평판 시스템'을 통해 근로자들을 강제하는 '유보적 지배' 형태를 띠고 있다. 구글세의 도입 등과 관련하여 논의가 출발단계인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창출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개선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는 제도적 개선도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경제 발전에 따라 전반적인 의미에서의 사회정책의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시대정신은 변화와 혁신이다. 모든 것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정책도 변화와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지금의 사회정책이 현재의 상황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에 기반하여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정책 플랫폼’에 대한 연구와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